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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명오 열리는 밤
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02 조회수1,845 추천수16 반대(0) 신고

주님 봉헌 축일 (2002-02-02)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말라 3,1-4 또는 히브 2,14-18 복음 : 루가 2,22-40

 

 

[명오 열리는 밤]

모세가 정한 법대로 정결예식을 치르는 날이 되자 예수의 부모는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다.

 

그것은 ‘누구든지 첫아들을 주님께 바쳐야 한다’는 주님의 율법에 따라 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려는 것이었고 또 주님의 율법대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정결례의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는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경건하게 살면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성령이 머물러 계셨는데 성령은 그에게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죽기 전에 꼭 보게 되리라고 알려주셨던 것이다.

 

마침내 시므온이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전에 들어갔더니 마침 예수의 부모가 첫아들에 대한 율법의 규정을 지키려고 어린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왔다.

 

그래서 시므온은 그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주님,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아기의 부모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을 듣고 감격하였다. 시므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또한 파누엘의 딸로서 아셀 지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안나라는 나이 많은 여자 예언자가 있었다.

 

그는 결혼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같이 살다가 과부가 되어 여든네 살이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없이 단식과 기도로써 하느님을 섬겨왔다.

 

이 여자는 예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에 바로 그 자리에 왔다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예루살렘이 구원될 날을 기다리던 모든 사람에게 이 아기의 이야기를 하였다.

 

아기의 부모는 주님의 율법을 따라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자기 고향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날로 튼튼하게 자라면서 지혜가 풍부해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있었다.

                                           (루가 2,22-­40)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나는 공소에 대한 추억이 많다. 본당 신부님은 1년에 두 번씩 공소에 판공을 오셔서 묵고 가셨다.

 

그때가 공소에서는 가장 큰 잔칫날이었다. 모든 신자들이 판공성사를 보러 공소에 모여들었고 신부님은 판공성사도 주시고 찰고도 하셨다.

 

신부님이 수단 자락을 휘날리며 다닐 때는 마치 예수님이 다니시는 듯했다.

 

신부님이 성사를 마치면 공소집(신부님이 식사하시고 휴식을 취하는 집)에는 큰 잔칫상이 차려지고 공소 어른들이 신부님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

 

신부님의 밥그릇은 하얀 쌀밥이 수북하게 담겨졌다. 신부님이 밥상을 물리면 남은 밥은 부엌에 모여든 아이들 차지였다.

 

신부님이 남긴 밥을 먹으면 명오(明悟)가 열린다는 전설 같은 믿음 때문이었다. 나도 그 명오 열리는 밥을 얻어먹은 꼬마 중의 하나였다.

 

성전에서 봉헌식을 마치고 나자렛으로 돌아가 어머니 마리아의 사랑과 아버지 요셉의 보살핌 속에 날로 튼튼하게 자라면서 지혜가 풍부해지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던 꼬마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예수님의 세상살이에 마리아와 요셉의 역할은 아들 예수를 하느님을 알고 그분을 섬기며 사는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키우는 일이었다.

 

부모로서 자식을 봉헌하는 의미는 바로 하느님의 사람을 만드는 일이리라.

 

명오 열리는 밥을 얻어먹이며 자식이 하느님을 알고 세상을 지혜롭게 잘 살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의 모습 역시 마리아와 요셉의 모습이다.

 

예수께서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사셨듯이 명오 열리는 밥을 얻어먹은 나도 그분처럼 봉헌된 삶을 충실히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영수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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