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심부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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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태범 | 작성일2002-02-07 | 조회수1,728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연중 제4주간 목요일 (2002-02-07)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1열왕 2,1-4.10-12 복음 : 마르 6,7-13
[심부름] 그때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
그리고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며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서 누구의 집에 들어가든지 그 고장을 떠나기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이 있거든 그곳을 떠나면서 그들을 경고하는 표시로 너희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버려라.”
이 말씀을 듣고 열두 제자는 나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가르치며 마귀들을 많이 쫓아내고 수많은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주었다. (마르 6,7-13)
어렸을 때 나는 유난히 어머니의 심부름을 많이 했다. 한 살 위인 형은 맏이라서, 동생은 어리다고 심부름에서 제외되고 나만 심부름을 도맡아서 하곤 했다.
심부름을 다녀오자면 은근히 짜증이 날 때가 있어서 중간에 친구집에 들러 늦게까지 놀다가 혼난 적도 있고, 막걸리 심부름을 할 때면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면서 오다가 주전자가 가벼워져 혼쭐이 난 적도 있다.
이웃집에 말을 전하라는 심부름을 할 때가 있었는데 한번은 어머니의 말을 잘못 전해서 집안의 큰일을 망칠 뻔한 일도 있었다.
심부름꾼은 심부름시킨 분의 뜻을 잘 알아야 한다. 심부름을 가다가 힘들다고 중간에 딴 짓을 해서도 안 되고 즉시 그리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찔끔찔끔 자신의 뱃속을 채워서도 안 되며 심부름시킨 분의 뜻을 잘못 전해서도 안 되는 법이다.
내가 심부름을 잘 다녀오면 어머니께서는 칭찬과 더불어 다음 심부름을 예고하셨다. “그래, 잘혔다. 다음에도 더 잘혀야 헌다.”
심부름을 잘하면 심부름에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심부름도 미리 맡아놓아야 한다.
지금 나는 주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심부름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김영수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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