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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는 신비
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14 조회수1,767 추천수14 반대(0) 신고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2002-02-14)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신명 30,15-20 복음 : 루가 9,22-25

 

 

[십자가는 신비]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루가 9,22-25)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에게 “당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십시오”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다.

 

풋내기 신부 시절에는 그래서 환자를 방문하거나 큰 고통중에 있는 사람을 방문할 때는 아무 말도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기도하고 도망치듯 나오곤 했다.

 

무거운 십자가를 좋아할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예수께서도 게쎄마니 동산에서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를 지셨고, 우리에게도 각자의 십자가를 매일 지고 따르라고 하신다. 십자가가 없는 삶은 없다.

 

그리고 십자가를 아무리 거부해도 결국은 자기 것일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다른 사람들의 십자가와 비교하며 불평한다 해도 결국 그 십자가가 바뀌지는 않는다.

 

조그마한 공장을 하는 교우가 있었다. 그 교우는 몇 번이나 부도가 나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때마다 규모를 줄여 다시 시작하곤 했다.

 

그 교우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신부님, 사업이란 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사업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요.”

 

내가 그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때 그 일만 없었더라면, 이렇게 후회하고 변명하는 사람은 결코 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있는 그대로를 자기 십자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야 기쁘게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고통 중에도 기쁘게 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때로 자신의 십자가는 너무나 작아 견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구원의 십자가였듯이, 우리의 십자가도 은총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십자가는 신비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님은 한낱 죄인에 불과하고, 십자가는 여전히 고통의 형틀일 뿐이다.

   

                                 곽명호 신부(대전교구 신탄진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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