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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슬픔을 모두 거두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2-20 조회수1,666 추천수18 반대(0) 신고

사순 제 1주간 목요일-마태오 7장 7-12절

 

"너희는 악하면서도 자기 자녀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야 구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

 

 

<내 슬픔을 모두 거두어>

 

작년 초 부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고층 아파트에 큰불이 났었습니다. 당시 10충에서 잠자고 있던 아버지는 복도나 엘리베이터쪽에 이글거리는 화염, 그리고 매캐한 유독가스 앞에 다른 방도가 없음을 알아차렸습니다. 6살 난 딸을 꼭 끌어안은 아버지는 아파트 난간에서 허공을 향해 뛰어내렸습니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딸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애는 기적을 일구어냈습니다. 자신은 죽더라도 딸만은 꼭 살려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딸의 몸을 최대한 감싸안았습니다. 자신의 몸은 길바닥 위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버지는 정신을 놓지 않고 자신의 등이 먼저 땅에 닿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가속도에 의한 충격으로 아버지는 숨졌지만, 딸은 기적적으로 가벼운 부상만 입었습니다.

 

자신의 온몸을 바쳐 자식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부모의 마음입니다. "부모 속에는 부처가 들어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오직 자식의 성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부모 마음이고, 이런 부모 마음보다 몇 백 배, 몇 천 배 더 강도 센 사랑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의 행동 양식은 우리 인간들의 행동양식과는 철저하게 구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으시고 악 앞에서도 인내하십니다. 인간들이 저지르는 무질서를 화끈하게 한번 뒤집지 않으시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철저하게도 자신을 배척하고 배반하는 이들마저도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그분은 세상을 멸하러 오신 분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러 오셨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벌하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하고 새 삶을 주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원수마저 포용하시고 그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 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하느님께서 어찌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런 하느님께서 어찌 우리의 간절한 청을 모른 척 하시겠습니까? 이런 하느님께서 우리의 비참함을 어찌 그냥 두시겠습니까?

 

연민으로 가득한 얼굴로 세파에 지친 우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시는 분, 우리의 슬픔을 모두 거두어 당신 등에 지고 가시는 분, 그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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