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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물인가, 시한폭탄인가?
작성자김태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2-03-12 조회수1,581 추천수9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화요일 (2002-03-12) - 야곱의 우물에서

독서 : 에제 47,1-9.12 복음 : 요한 5,1-3ㄱ.5-16  

 

  

[선물인가, 시한폭탄인가?]

 

유다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는 히브리 말로 베짜타라는 못이 있었고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섯이 서 있었다.

 

이 행각에는 소경과 절름발이와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누워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삼십팔 년이나 앓고 있는 병자도 있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아주 오래된 병자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에게 “낫기를 원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병자는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는 동안에 딴사람이 먼저 못에 들어갑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 “일어나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거라” 하시자 그 사람은 어느새 병이 나아서 요를 걷어들고 걸어갔다. 그날은 마침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병이 나은 그 사람에게 “오늘은 안식일이니까 요를 들고 가서는 안 된다” 하고 나무랐다.

 

“나를 고쳐주신 분이 나더러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라고 하셨습니다.”

 

그가 이렇게 대꾸하자 그들은 “너더러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라고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하고 물었다.

 

그러나 병이 나은 그 사람은 자기를 고쳐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예수께서는 이미 자리를 뜨셨고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붐볐기 때문이다.

 

얼마 뒤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자, 지금은 네 병이 말끔히 나았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더욱 흉한 일이 너에게 생길지도 모른다” 하고 일러주셨다.

 

그 사람은 유다인들에게 가서 자기 병을 고쳐주신 분이 예수라고 말하였다.

 

이때부터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이런 일을 하신다 하여 예수를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요한 5,1-3ㄱ.’5-16)

 

 

초등학교 1학년 첫영성체 때 신부가 되겠다고 대답한 죄 아닌 죄로(?) 소신학교에 입학하여 사제가 된 나는 사제수품을 코앞에 둔 한 달 전까지도 성소를 확신할 수 없어서 남몰래 고민에 싸여 있었다.

 

그러다 어느 은인의 강권에 못 이겨 성직자 수도자 성령 묵상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거기서 마침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미꾸라지같이 빠져 나가려는 나를 붙잡아 신부를 만들려고 얼마나 애쓰셨는가도 알게 되었다.

 

기쁨과 감사에 가득찼던 나는 다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배반하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러한 열정은 잠시 뿐, 배반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나는 나를 일으켜 주시는 그분의 손을 잡고 성령쇄신운동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많은 질병의 치유와 마음의 치유를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놀라운 성령의 치유 은총을 입고서도 너무도 쉽게 믿음의 길을 벗어나고, 심지어는 교회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그러기에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방황한 세월만큼이나 앓던 병자가 치유 은총을 받고서도 유다인들에게 예수를 고발하는 모습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일어나 걸어라” 한 말씀으로 자신의 병을 고쳐주신 분이라면 그분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 왜 모른단 말인가?

 

받은 선물에만 정신을 팔고, 그 선물을 주신 분이 누구신지 모르거나 잊어버린다면 그 선물은 나를 파멸시키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임문철 신부(제주교구 서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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