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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깍두기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11 조회수2,594 추천수39 반대(0) 신고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마태오 복음 28장 16-20절

 

"내가 세상 끝날 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깍두기>

 

어제는 저희 집에 흐뭇한 일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깍두기"란 별명을 가진 친구가 두 달 전까지 살고 있었는데, 체구가 무척 컸지만 착하고 온순해서 수사님들은 물론이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짱"이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말로 "추가"(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죄 건수)가 떠서 어느 날 갑자기 경찰차에 실려간 것입니다. 그간 너무도 잘 생활하고 있던 아이여서, 담당형사에게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담당형사는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규정상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이를 떠나보내기 전 저는 잔뜩 긴장해있는 아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쏟는 "깍두기"를 안심시키려고 이런저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깍둑아! 미안하다. 너도 알다시피 법규정상 이 상황에서 우리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단다. 힘들겠지만 일단 법적인 절차를 밟도록 하자. 물론 다시 경찰서, 구치소, 분류심사원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생이 많겠지만 잘 참아내야 한다. 우리가 절대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계속 네가 어디에 가든지 면회 갈 것이고, 또 네가 이곳에서 잘 생활했기 때문에 관계자들에게 잘 말해서 꼭 너를 이곳으로 다시 오게 할 것이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거라. 절대 너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우리가 늘 너와 함께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그 일을 알고 난 다른 아이들은 크게 상심했고, 몇몇 아이들은 판사님께 보내달라며 탄원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저녁기도 시간마다 "깍두기 형"을 꼭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오게 해달라고 정성껏 청원기도를 드렸습니다.

 

바로 그 아이, 깍두기가 어제 저희 집에 다시 온 것입니다. 걱정이 많았던지 얼굴빛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결 의젓해진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다시 돌아온 깍두기를 가운데 두고 우리는 모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에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약속을 하고 계십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세상 끝날 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참으로 안심이 되는 말입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은 없는 듯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를 떠나 하늘로 오르시지만 절대로 우리를 영원히 떠나시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몸은 떠나시지만 정신, 마음, 영혼은 늘 우리와 하나되어 우리와 언제까지나 함께 계십니다.

 

마치 우리 아이들과 수사님들이 "깍두기"가 잡혀갔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면회를 가고, 기도하고, 선처를 부탁했듯이 예수님께서도 비록 우리를 떠나 하늘로 오르시지만 늘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십니다.

 

진정한 사랑은 시공을 초월해서 교류될 수 있는 그 무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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