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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과 땅의 결합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13 조회수1,59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주님 승천 대축일(마태오 28,16-20)

 

"그 때에 열 한 제자는 예수께서 일러 주신 대로 갈릴래아에 있는 산으로 갔다."

제자들의 공동체는 한 몸과 같았던 형제 하나를 잃어버리고, 그분과 함께 살리라 언약을 맺었던 산(마르 3,13-19), 참 행복의 계명을 들었던 산으로(마태오5-7장)으로 찾아왔다. 그들을 불러주셨고 새생명과 환희로 채워주셨던 그 첫 사랑의 장소, 갈릴래아로...

 

그러나 이제 그들은 달라졌다. 열 둘이 아닌 열하나, 그마저 어느 하나도 온전치 않다. 한 몸을 맺어주고 길러준 스승을 배반했던 지울 수 없는 상흔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온 것이다. 그들은 그 상처로 하여 옛날과는 달랐다.

 

"그들은 거기에서 예수를 뵙고 엎드려 절하였다."

엎드려 절한다는 것은 부활하신 그분이 이제 스승이 아닌 주님이심을 알아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분을 주님으로 경배하는 이 행위는 그들의 본질인 흙에(창세 2,7) 먼저 두 손을 공손히 대고 엎드린다는 것과 다름 아님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렇다.

그동안의 방황이, 무수한 배반이, 계명을 따르기를 그렇게 소망하면서도 허약하기만 했던 좌절과 무능이 지금 두 손을 마주 대고 있는 땅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경건하게 그의 본질과 화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분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시시때때로 방황하고, 작은 계명 하나를 지켰나 싶으면 어느 틈에 공명심에 사로잡히고, 사소한 일에도 다시 일그러져 버리는 서글픈 좌절과, 신뢰한다고 하면서도 실은 아무 것도 의탁하지 못하고 있는 불신을 발견할 때마다, 차라리 그분을 떠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그분을 만났던 일마저 후회했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지금의 엎드림은 지쳐 땅에 풀썩 주저앉음이 아니다. 나의 재질이 그러하니 별 수 없다고 포기함은 더 더욱 아니다.

 

땅으로 내려감을 하늘로 오르려는 시도 못지않게 사랑하고 기쁘게 받아들이며, 땅에서만 들을 수 있는 땅의 소리를 겸허이 들으려는 엎드림인 것이다. 아니, 두 손만이 아닌 더 낮은 엎드림, 땅과의 빈틈없는 밀착이 실은 하늘에 대한 가장 겸허한 자세임을 깨닫고 있기에 기쁘나 조심스러워하는 엎드림인 것이다.  

 

그러나 깨닫는다는 것이 늘 그에 걸맞게 살아간다는 것과는 다른 것임을 알려주듯이, 허리를 펴자마자 땅의 일부인 몸이 벌써 가르쳐주고 있다. 마치 열한 제자중 몇몇이 벌써 의심을 품고 있듯이 말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렇듯 어정쩡한 자세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분은 늘 먼저 가까이 오신다.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그분께 갈 수 없기에 그분을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능을 받았다."

먼저 땅으로 내려오셔서 땅의 허약함을 덧입으시고 죽음을 받아들이셨던 극도의 무능함 때문에 , 이제 그분에게 하늘의 권능은 물론 땅에 속한 모든 권한마저 부여받게 되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로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그분의 충만한 권능의 도우심으로 비로소 제자들도 상처를 치유받고, 조각난 공동체는 소생되어,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새 생명들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그분의 사람들로 기를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그분과 가까이 있기만 하면 우리는 치유받고 소생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은 누구에겐가로 넘쳐흐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제자들은 이제 모두 완성된 존재는 아니다. 제자들의 공동체 역시도 완성된 공동체가 아니다. 제자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아직도 한치도 땅과 떨어질 수 없는, 땅을 밟고 사는, 땅의 소산물이다. 그러기에 그분은 세상 종말까지 항상 우리들 곁에서 끊임없는 사랑과 힘을 불어넣어 주님의 명령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함께 하시겠다는 것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주님의 승천은 하늘로 올라가려는 시도가 허황된 망상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시려는 것이리라. 우리가 하느님 닮아 거룩해지고, 진실해지고, 정의로와지고, 깨끗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하늘로 올라가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늘만 쳐다 보고 갈망하는 것으로써가 아니라, 내가 속한 이 세상, 나의 본질인 땅(한계, 허물, 연약함), 같은 본질로 만들어진 이웃을 진실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너그럽게 보아주는 시도가 없이는 불가능함을 가르쳐주는 복음 말씀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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