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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처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5-29 조회수1,883 추천수18 반대(0) 신고

5월 30일 연중 제 8주간 목요일-마르코 10장 46-52절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상처>

 

지난겨울 고향에 잠시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런지 "남의 집" 같아서 통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성무일도서를 먼저 찾았어야 했는데...부끄럽게도 제 손에는 어느새 TV 리모콘이 들려져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던 중 안면이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띄어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분은 다름이 아닌 목사님이셨습니다. 복음을 말씀으로 선포도 하시지만 무엇보다도 복음을 몸으로 직접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도 건립하셨고, 또 몇 가지 선구자적인 사회운동도 펼쳐나가시는 훌륭한 목사님이셨습니다.

 

당시 그분이 출연하신 프로그램은 웨딩채널에서 제작한 결혼을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목사님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에게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상호 배려와 존중, 양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한 방청객이 목사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생활공동체를 운영하시다보면 가끔 별의별 사람, 막 되 먹은 사람들, 인간 안 되는 사람들도 만나실 텐데 그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시는지요?"

 

그때 목사님이 하신 대답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평범한 대답이었지만 한편으로 진리의 말씀, 생각을 되 할수록 의미심장한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술 주정을 한다든지 땡깡을 부린다든지 하는 사람들 만나면 우선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자 노력합니다. <저 양반, 얼마나 답답했으면, 얼마나 과거에 상처가 많았으면 저런 행동을 다 하겠노> 하는 생각 말입니다."

 

참으로 간단한 말씀이지만 그 말씀 안에는 "한 인간의 삶 안에 긷들어 있는 아픈 상처"를 이해해주려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이 들어있었습니다. 한 부족한 인간이 저지르는 외적인 실수나 그릇된 삶의 궤적, 돌출된 행동양식을 탓하기에 앞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한계나 고통을 마음 아파하는 연민의 정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르티매오라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해주십니다. 수 십 년간 소경으로 살아온 바르티매오는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은 구걸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을 볼 수 있는 거지들과의 경쟁에서 늘 뒤쳐졌습니다.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나가는 것이 참으로 힘겨웠습니다.

 

이렇게 딱한 처지에 놓인 바르티매오를 예수님께서 눈여겨보십니다. 그리고 그 오랜 암흑의 세월에서 그를 해방시키십니다.

 

 

아무리 가치 없어 보이는 인간, 눈에 거슬리는 행동거지로 왕따 당하는 인간, 죄로 물든 타락한 인간, 구제불능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예수님 앞에는 하나같이 다 소중합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깊은 이해심과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예수님은 외형상 드러난 이해하지 못할 상황만 보지 않으시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삶의 배경"을 꿰뚫어볼 줄 아는 통찰력을 지니셨습니다.

 

이런 자비로운 예수님, 연민의 정으로 가득한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서라. 그분이 너를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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