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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치 8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17 조회수1,655 추천수15 반대(0) 신고

연중 제 11주간 월요일-마태오 5장38-42절

 

"앙갚음하지 마라.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고 또 재판에 걸어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 리를 같이 가 주어라.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의 청을 물리치지 마라."

 

 

<전치 8주>

 

지난 주 한 생맥주 집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의 축구경기를 대형화면으로 보던 두 사람이 TV 화면을 가린다는 이유로 큰 싸움을 벌였다는 신문기사를 접하면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가끔씩 벌어지는 다툼이나 분쟁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 가보면 그 원인이 너무도 하찮은 것이어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전치 8주의 큰 상처를 주고받은 당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먹다짐의 발단이 "상대방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째려보는 것"이었답니다. 물론 처음에는 "왜 째려봐?", "왜? 보는 것도 안되냐?"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즉시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지면서 주먹이 오고가는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사실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 역시 그 발단은 너무도 사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 나쁜 눈길 한번, 무례한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이 상해 시비가 붙고 결국 살인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우리 인간들의 내면 안에 잠재된 강한 복수심, 용서하지 못하는 완고한 마음을 잘 파악하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아예 바보처럼 살라고 권고하십니다. 상대방의 무례함 앞에 아예 응대조차 하지 말 것을, 복수심이나 증오심을 원천봉쇄할 것을 요청하십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예수님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은 우리들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의 율법에 있어서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원칙 중에 하나가 동태복수법입니다. 다시 말해서 철저한 상선벌악의 이행입니다. 은혜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답을 하고, 과오에 대해서는 철저히 응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절대로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악 앞에 인내하라고 당부하시며 당신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악 앞에서 인내하셨습니다. 그토록 자신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원수마저 저주하지 않고 포용한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때로 한번 양보하는 것, 한번 물러나 참는 것에 대해 비굴하거나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번 참는 것은 결국 덕을 쌓는 일이며 자아를 깨치는 일이며 자기 해방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되돌아보면 수도생활 안에서 한번 더 참아주는 것, 한번 더 용서하는 것, 한번 더 기다려주는 것보다 더 큰사랑의 행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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