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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잿밥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19 조회수1,924 추천수17 반대(0) 신고

연중 제 11주간 수요일-마태오 6장1-6절, 16-18절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잿밥>

 

복음서 안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자주 질타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위선자들입니다. 위선(僞善)이란 뜻은 "겉으로만 착한 체함, 또는 겉치레로 보이는 선행(善行)"을 의미합니다.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가장 위선적인 사람들로 손꼽히는 부류가 있었는데, 바로 바리사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 제관들, 이른바 고위층이자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같은 경우 원래 유다인들 가운데서 유다 전통이나 관습, 율법 준수에 가장 충실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혹독한 질책과 독설을 아낌없이 퍼부으시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매번 예수님으로부터 혼줄이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삶 안에 고착화된 위선적인 삶, 위선적인 기도생활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철저한 형식주의를 바탕으로 한 완고함 때문이었습니다.

 

신앙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하느님과의 만남이나 정신이나 영성은 망각한 채 오직 비본질적이고 부수적이며 지엽적인 것들에 혈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치 굿이나 제사를 드리면서 그 기원의 대상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관심이 쏠린 사이비 무당과도 같은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끊임없이 많은 율법조항을 만들어 스스로를 그 율법에 자승자박 당하면서 점점 하느님과 멀어져 갔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의 등장은 참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사사건건 자신들이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던 율법조항들을 깨트리셨습니다.

 

예수님은 세상 그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우신 분, 파격적이신 분, 새로운 분이셨습니다. 이런 새로움 중에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늘 열린 신앙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하느님 품안에 머물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늘 어제와 결별하고 늘 떠나고 늘 비우는 노력만이 "언제나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끝까지 선택하는 길입니다.

 

이 세상에 수도 공동체가 존재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겠습니다. 수도회가 벌이는 많은 사도직 활동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적인 공동체 생활을 제시함을 통해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입니다. 매일의 규칙생활을 통해 충실한 수도자로 성화와 구원에 도달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님 추종을 통한 완덕의 추구입니다. 구도자가 그분과의 개별적인 만남, 그분과의 대화를 통한 기쁨, 이런 가장 본질적인 신앙의 요소들을 뒤로 한 채 결국은 부차적인 요소인 외적이고 지엽적인 것들에만 모든 것들 건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결국 또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구도자가 뜬구름 같은 것들, 잠시 머물다 사라질 부초 같은 것들에 연연한다면 명예나 표창장, 지위나 권력에 연연한다면 그것보다 더 불행한 삶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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