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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 몫은 거기까지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14 조회수1,372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 15주일 (이사 55, 10-11: 마태 13,1-23)

 

어제 독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소명이야기(이사 6,1-8)였다.

거룩하신 하느님 앞에서 죽지 않고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너의 악은 가시고 너의 죄는 사라졌다."며 죄악을 씻어주신 은혜에 이사야는 감읍(感泣)했을 것이다. 그는 두려움을 떨치고 용감하게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하고 나섰다. 그의 마음 안은 온통 세상을 개혁하고 백성들을 회개시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할 열정과 용기로 충천(衝天)했을 듯싶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말한다. "이사야가 일찍이,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이 백성이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은 탓이니, 그렇지만 않다면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서서 마침내 나한테 온전하게 고침을 받으리라’하고 말하지 않았더냐? "

 

그러니 이사야는 결국 백성들을 설득시키지도 못했고, 회개시키지도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사야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사야 한 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성공한 예언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얼핏 생각해봐도 요나 외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요나는 자신의 임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예언자다. 그러니 그의 성공은 그의 공로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러기에 후대의 성서저자들은 백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예언자 자신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의 때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몫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종종 성서를 읽으며 의아해하는 구절, 이를테면 오늘 복음이 인용하고 있는 이사야서의 원문(이사 6, 9-10)처럼 말이다.

 

"너는 가서 이 백성에게 일러라. ’듣기는 들어라, 그러나 깨닫지는 말아라. 보기는 보아라, 그러나 알지는 말아라. 너는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귀를 어둡게 하며 눈을 뜨지 못하게 하여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 와서 성해지면 어찌 하겠느냐?"

 

이사야를 예언자로 부르는 소명사화 뒤에 바로 이 말씀을 뒤따라 해주신 것처럼 기록되어 있는 것은 그야말로 후대의 기록자가 모든 사실들을 목격하고 난 후,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표현인 것이다.

 

마르꼬는 이사야서의 본문을 그대로 충실히 전하는 한편, 마태오는 이사야가 그렇게 정열적으로 회개를 외쳤어도 실패했던 것은 백성들의 책임이었다고 마태오는 말하는 것이다. 성서는 이렇게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전지 전능하신 하느님의 주관 하에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인간들의 자유의지와 결단도 구원에 있어 큰 열쇠가 된다는 두가지 입장을 분명히 한다.

 

아무튼 이사야도 다른 예언자들도 심지어는 예수님조차도 복음 선포 당시는 성공하지 못했다. 모두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왜 하느님은 예언자들을 보내시는가? 그들에게 하느님이 바라시는 바는 성공이 아니라 임무 수행 그 자체이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역시 일차적인 내용은 성공을 거두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복음 선포자, 예언자의 몫은 거기까지다. ’바울로는 씨를 심는 몫이 주어졌고 아폴로는 물을 주는 몫이 주어졌고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1고린 3,6)

 

이제 우리 자신의 문제를 살펴본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마지막까지 일을 해결해야한다고 물불 안가리고 들이덤비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자니 자연 성공과 실패에 많은 부분 연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반대로 이 태도는 틀렸다고 모두 하느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의 임무에 태만한 것은 아닌가.

 

교회의 단체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들은 너무 무분별하게 모든 일에 나서는 사람들에 의해서, 아니면 너무 임무에 태만한 사람들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들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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