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느님의 일은 어디에?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15 조회수1,37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월요일(이사 1, 10-17; 마태 10,34-11,1)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한 자매가 털어놓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의 본당에서 그이를 모르면 간첩이라 할 만큼 여러 가지 일들을 도맡아 수 십 년을 분주히 살아오던 부지런한 자매였는데 최근 남편 때문에 겪었던 고통스러운 일들을 이야기했다. 남편이 인터넷 체팅을 통해 어떤 유부녀와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던 일과 그 후의 지옥같은 나날들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이 터진 후 남편과 여자와의 관계는 끝이 났으나 그간의 언행들이 생각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신앙인은 달랐다. 그 지옥 속에서도 하느님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자 몸부림쳤고 그 안에서 마침내 해답을 얻어냈다.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밖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가, 멀리서 하느님을 만나려 했던가에 대한 뼈저린 참회와 통한을 느꼈다는 말이었다. 하느님은 자신을 가정으로, 여자로 되돌려놓으려 그 같은 고통을 주셨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매일미사에, 온갖 강의에 다 쫓아다니던 분이었다. 열정적인 자매는 온갖 신심활동에 거의 발을 담그고 있을 정도였고 실제로 일도 대단히 잘했다. 그렇게 많은 일에 관여했던 것을 오로지 그 자매의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다. 무슨 일이든 시키면 군소리 않고 다 잘해냈기에 수녀님이나 신부님은 급한 일만 있으면 그 자매를 불러대었던 것이다.

 

자매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 유형인 것 같았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하느님의 일을 최우선으로 행해야 한다는 가풍 속에 자라났으므로 집안에 일이 있어도 우선적으로 교회 일부터 먼저 하는 사람이었다. 그분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겸손하였다. 그러나 그분을 보면 내 마음 속에는 늘 그분의 남편과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여겨졌었다.

 

자매는 그 일을 계기로 요즘 다시 젊은 시절의 신혼처럼 되돌아갔다고 했으나 아직도 그들이 주고받던 문자 메시지나 메일의 내용이 생각나면 분노가 솟구쳐 참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분이 겪었을 증오와 사랑, 참회와 분노의 마음들이 이해되어 같이 울다가 웃다가 하는 통에도 자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어떤가?

 

오늘 이사야를 통해 하느님은 말씀하신다. "무엇하러 이 많은 제물을 나에게 바치느냐?"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 초하루와 안식일과 축제의 마감날에 모여서 하는 헛된 짓을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부지런히 교회만 들락거리면 하느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오늘복음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마치 가정은 팽개쳐두고 당신을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을 염려하는 듯 바로 이어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전자의 말씀이 유효하고, 자기 자신과 가정을 소홀히 여기며 밖으로 나도는 사람들에게는 후자의 말씀이 유효하다. 사람들은 자기의 취향대로 말씀을 잘라내어 적용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자신의 취향을 거슬러 해당되는 말씀을 주시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안심시키고 합리화시키는 말씀만 채택했다가는 하느님의 말씀을 오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뒤흔들고 거슬리며 내부 분열을 일으키는 말씀들을 더 신중하게 알아들어야 한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는 말씀이 그래서 전제되어 있지 않은가.

 

하느님의 일은 교회에만 있지 않다. 하느님의 일은 멀리에만 있지 않다. 하느님의 일은 거창하지만은 않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따듯한 보살핌 안에 그분의 일이 있다는 말씀으로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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