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알거지가 되기 전에 정신차려라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20 조회수1,395 추천수12 반대(0) 신고

연중 제 15주간 토요일 (미가 2,1-5: 마태 12,14-21)

 

며칠 전 아는 자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자매는 얼마 전 이사를 했는데 그 구역에선 반모임 후 모임을 연 집에서 식사를 내게 되어 있다는데 요즘은 꽤 부담이 가는 식사로 외식을 하는 풍토가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첫째로 거부감이 드는 것은 반모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루루 몰려 나가는 모습이 마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고, 둘째로는 인원이 많지 않고 한 주에 한번씩 모임을 하니 당번도 빨리 돌아와 경제적 부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고민을 지역장님에게 털어놓고 개선을 건의했더니 그것은 약과고 형제들 반모임에서는 아예 장소를 ’호프’ 집에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개탄하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반모임에 참석하느냐"고 물으니까 모두 60여평 이상의 아파트 지역 사람들이라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툭하면 나가서 사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서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예 단란하게 ’단란주점’에서 반모임을 하지 그러냐?"고 대꾸하면서도 교회의 공식적인 모임마저도 복음의 정신을 소멸시키고 소비적이고 향락적으로 세속화시키는 데 일부 몰지각한 부자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좋다. 돈이 많은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사람들이 교무금을 많이 내서 교회의 재정을 돕고, 복지시설에 후원금을 많이 내어 가난한 약자들을 돌보고있다면... 그러나 많은 경우 부자들은 개인적으로 생색내는 일에는 앞장을 서도 숨어서 봉사하고 이름없이 후원하는 일에는 참으로 인색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일에는 별로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떤 부자는 신축 성당의 주요 기물을 봉헌하겠다고 거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이름을 새겨달라는 조건을 달았단다. 신부님이 거절하였더니 바로 냉담을 한 사람도 있다. 또 교무금은 쥐꼬리만큼 내고 신부님들의 골프 접대, 식사 접대는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서도 모시던 분들의 험담은 바로 이 사람들에게서 나오지 않던가.

 

떵떵거리며 사는 그런 부자들을 보면서 잘 살지도 못하는 주제에 봉사한다고 돌아다니는 꼴이 어떨 땐 주제넘기도 하고 푼수 없는 것은 아닌지 회의와 비애감이 든다고 교회의 많은 가난한 봉사자들은 푸념을 한다.

 

오늘 독서에서 미가 예언자는 앉으나 서나 못된 일만 꾸미고 남의 것을 빼앗기 바쁜 권력가들, 부자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그날이 오면, 너희는 조롱을 받으며 이런 넋두리나 하게 되리라. ’우리는 알거지가 되었구나.’" "그렇다. 주님을 섬기는 회중이 제비를 뽑고 땅을 측량해 가지건만, 너희에겐 돌아갈 몫이 없다."

 

예언자들은 멋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오직 하느님만 의식하고 진리를 말해줄 수 있으니... 세상에서 힘있다는 그들의 면전에서, 그것도 만천하가 다 듣게, 매서운 질책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으니... 오늘날 이 같은 하느님의 사람, 예언자는 과연 몇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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