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기다림의 사랑(연중16주)
작성자이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2-07-20 조회수1,872 추천수11 반대(0) 신고

피부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나면 그 상처를 덮으려고 딱지가 앉습니다.

그런데 그 딱지를 떨어질 때가 되어서 떼어내면 괜찮은데 성미가 급해서 아물지도 않은 딱지를 그만 떼어내 버립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다시 피가 흐릅니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 하다가 도리어 더 큰 상처를 만 드는 경우를 체험하신 적들이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보기 흉한 딱지가 떨어지고 새 살이 오를텐데 좋이 않은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만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라는 말씀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해 주십니다.(무서운 분, 심판하시는 분= 아닙니다.)

 

더러운 것에 대한 미움보다 더욱 간절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악한 것에 대한 미움보다 더욱 간절한 선한 것에 대한 사랑,

더러운 것을 골라내서 당장 치워버리는 깨끗함 보다 더러운 것마저 깨끗해지기를 기다려 주는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시는 당신의 마음을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물건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손수건 같으신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손수건은 우리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들 중에 가장 사랑이 많이 담긴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손수건은 말없이 우리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닦아주고 감추어 줍니다.

때로는 눈물도 닦아주고, 때로는 더러운 코도 풀게 하고, 손에 때가 묻었어도 아무 말없이 닦아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내 손수건에는 나의 냄새나는 허물의 흔적이 모두 담겨져 있지만 항시 그 손수건은 우리들의 따뜻한 호주머니 속에 말없이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손수건처럼 예수님께서도 우리들의 더러움을 항상 딱아주신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시고 변함없이 기다려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모습 안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덮으려 하지만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판단하고 떠벌리며 기다리지 못하고 뽑아버리려 합니다.

본인의 말을 듣거나 사실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내가 잠깐 듣고 보았다도 해서 아니면 그저 소문만 가지고 온갖 판단을 내리고 소문을 내며 심판합니다.

마치도 자신이 하느님인양 말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주님의 사랑의 마음은 남에 대해 떨버리고 남의 가라지를 사정없이 뽑아 버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 대해 덮어 주고 가라지마저도 기다려 주는 데 참 맛이 있음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헝가리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리스트가 여행 중에 어느 시골 마을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 거리에는 자신의 제자라는 한 여인의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도대체 그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라면 분명히 기억을 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리스트는 그 이상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에 리스트가 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리스트가 그 여인의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더욱 흥분하여 수군거렸습니다.

 

그러나 가장 놀란 사람은 그 날 연주할 그 여인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리스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명의 피아니스트였지만 병든 아버지와 나이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연주회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그녀는 리스트의 호텔 방으로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고백했습니다.

그 사정을 들은 리스트는 그녀를 자신의 피아노 앞에 앉히고는 연주를 해보라고 시켰습니다.

연주를 모두 들은 리스트는 그녀의 연주법의 문제들을 지적해 주고 잘못된 것을 고쳐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나의 제자가 되었소. 내가 당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줬으니 마음 편하게 연주하도록 하시오. 나의 제자라는 말에 손색이 없도록 훌륭한 연주회를 만들어 주시오."

 

사랑은 이런 것입니다.

당신의 그 따뜻한 손으로 다른 이의 어려움과 허물을 감쌀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을 예수님께서는 가르쳐 주시고자 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결코 쉽게 판단내리고 뽑아 버림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변화되기를 침묵으로 기다려 주시는 예수님을 닮아갈 수 있기를 기도드리며 함께 노력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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