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개굴..개굴..
작성자박선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2-08-06 조회수1,239 추천수1 반대(0) 신고
  • 항아리에 물붓듯 한치의 빈틈 허용치 않고 내리 붓고 있다.  언제부텨였는지.. 망연히 앉아서 그저 빗줄기에 시선을 고정시킨채...  유독 비오는 날 개구리가 개굴..개굴..시끄럽게 우는 것을 보며 물가의 엄마묘가 떠나려 갈까봐.. 그래 우는 것이라고..측은히 생각 한다. 설령 피부에 닿는 습도의 촉촉함으로 우렁차게 우는 것이라고.. 과학적인 설명을 토단다 해도..내게 있어서 비와 개구리의 상관관계의 이미지는 빗줄기에 힘없이 떠밀려 가는 엄마묘이고,  구슬피 우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이다.  내리꼿는 번개, 천지를 뒤흔드는.. 마치 폭파음 같은 굉음의 뇌성들... 모든 것을 휩쓸어 내려가려는 듯 난폭한 물줄기.. 그 해의 여름 장마는 차라리 폭도들이었다..   그 폭도들이 휘가래를 치는 동안 단지의 입구에서 밀려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수위를 가늠하며 한강수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뿐...  개구리의 울음의 의미조차 생각치 몬했으니..   어쩌면 진즉 엄마는 내를 그렇게도 불안케하더니,  그래서 묘자리마저도 안심못해 그 장소에 정나미 떨어지게하더니.... ////////    그날도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 가는중이었다. 엄마 살아 생전에 우리집에 마실삼아 종종 오시던 아주머니가 묘에 놓는 대리석같은 석판을 들고 오시더니 길에서 주웠다며 집에 가져가 상밑에 괴려했다고.. 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엄마묘에 그 석판을 갔다 놓지 않겠느냐며.. 묘에는 갔다 왔느냐는 아리송한 말을뜬금없이 했었다.. 때도 아니고 한식날로 아닌 그런 평범한 날에 하는 질문치고는 괴이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오장을 뒤집힌 듯 시뻘건 내장을 드러낸 무덤자리의 거대한 아가리를 보며.. 끄. 으. 윽..  울음도 넘어오지 않는다..  그랬구나..그랬었나 보구나하며.. 하늘을 향해 무언의 토악질을 해대었다...  우리 엄마는 아기같이 단순하고 소녀처럼 여린심성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끝없는 해바라기의 엄마였다.. 생활력이 전무하신 아버지의 양반체면에 오로지 순종으로 모든 한을 묻어두던 엄마는 끝내는 뇌일혈로 쓰러지셨지만 이복형제의 양약처방을 치료로 받으시다 내 국민학교 오학년 무렵인가 보다. 나의 부축으로 완전히 굳어버린 왼쪽다리를 끄다시피 하며 용하다는 침집을 찾았는데..아버지 모르게 가느라고 (알아 차리실까봐서 다른형제의 도움도..조심스러워 받지 못한채..) 정말 군자동에서 화양리 침집까지 가는데 하시절 한나절이 다 걸렸다.. 엄마나 나나 땀범벅이 되어 들어간 그 곳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장침을 온 몸에 찌르고서는 굳어있는 팔을 앞뒤로 돌리는데.. 엄마의 비명에 뛰쳐들어가려는 나는 저지당하고 애간장이 탓지만.. 얼마 후 짚고가신 지팡이마저 짚지도 않고서 마루로 걸어 나오시는 거였다(물론 거동이 굼뜨기야 했지만..)  이 날의 기적같은 체험을 하시고서 후에 우리엄마는 새벽운동하신다면서 침술자격증까지 따신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당신몸.. 찾아 오는 몸.. 도움을 기다리는 몸들에게 보시를 한 것이다.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 욕심없는 우리엄마..묘자리만은 아버지가 계신 선산도 아니요, 천주교공원묘지인 자연농원묘지를 원하셨다..  이복형제지만 유독 엄마에게 마음을 많이 써준 병원하는 오빠는 몸보신 하시라며 개고기를 사와서 우리가 징그러워한다고 손수 손질해서 준비를 다 해주기도 했다. 미리 예약이라도 하시라며 권해주었고, 그래 성당에 문의도 했지만, 염려마시라고 그 넒은 장소에 들어가실 곳 없을 수가 있느냐며.. 마음 놓게 했던 000. 그러나 정작 당신 돌아가시고 묘지에 대해 상의하려니 연락이 두절되고 그 곳도 수해를 입어 못들어가게 됐다는 무책임한 통고만을..  거기까지는 한 개인의 성의부족, 무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었지만,  그날 밤 맞은 편쪽에 계시던 아주머니도 돌아가셨는데 간호하던 가족이 와서 하는 말이 그 공원으로 모신다고 한다.
  • - 그 곳은 수해로 명동성당 교우들이 우선적으로 제한적으로만 갈 수 있다 하던데요?
  •   본당이 어디신데요?
  •   그 분은 혜화동성당이란다.  그리고 미리 어떤 말의 예약도 없었다 한다.                     
  • 우리는 연락을 기둘리다 어쩔 수 없는 걸로 알고 어둑해지는 저녁무렵에 급히 알아보다가 형부가 가보니 장소가 영 마뜩치 않았지만, 그 전에 보여준 장소는 더 마음이 내 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약하고 왔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여하튼 음해하게 틈입해서 마구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의 세력은 거침이 없다.

   그 날 이후 난 그 성당쪽으로는 고개도 안돌리고 싶을 정도로 넌덜머리를 쳤다.

   원래 원칙은 구겨지고 짓이겨져 누군가의 구미에 맞도록 각색되어지는 것이다.       

   차츰 차츰..지금이사 이런 알 수 없는, 대항해도 바위치기라는 그래서 누에고치마냥 자신 보호키에 우선해야 한다는 이런 분위기를 암암리에 체험, 그냥 알아지는 것.. 등등 최소한 이런 껄끄러움을 알기에 누구라는 주어의 대상은 꼭 짚어낼 수 없을지라도 분위기는 회자될 수 있지만..   그때는 듣는 누구라도 믿기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정신상태를 의심받기 꼭 알맞기에 그러기에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대충 듣더라도 기껏 한다는 말은 그 곳에 가실 복은 없으셨나보다 라며.. 불난 심정에 선풍기 돌려댄다...

성묘를 몇 번 갔을 때  그 옆묘가 덮쳐진 채로 방치되기도 하고 아구가 꼭꼭 맞는면이 틈새를 보이고 어느 날은 원래 해 놓았던 분향하는, 차려 놓는 석판까지도 다른 것으로 뒤바뀌어져 있고,,,   한 마디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생각만 하면... 분노가 활화산 끓듯이 끌어 오르지만..  따지고 싸울 것이 한 두가지여야지..   아뭏든 이일 저일 겪으며 지금의 세상 우연이란 없다.  거슬러 보면 모두 사람이 개입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뿐.. 더이상 이 땅위에 우연은 없다.  오죽하면  인간이 인간에 의해 인간성이 훼손되고 마모되는 세상이라며 혼저 개탄을 했을까...  어제 오늘  아니 요즘 빗줄기가 조금만 억세지어도 내 속에 안치된 그 고립된 어둠을 토해내고 싶다.  누가 보아주길 바래서도 아니요..  이해받길 원하는 그런 가벼움도 아니다.  단지 내가 느낀것을 문득 문득 드러내고 싶을 뿐이다.. 그 일이 있은 바로 다음에도 나는 이를 앙다물고 열~쉽히 운동 했다. 그래 어쩌면 벌써 부터 이상한 상상을 하곤 했었다..  빈 무덤?.. 그 당시 티브이나 라디오를 통해서 누군가 남의 묘를 도굴을 했다느니..  뼈의 어느 부위 유전자로..자손의 유전자 지도등...  흉흉한 뉴스거리에 상상또한 핀트를 맞추어서..

엄마!! 엄마!! 어디로 끌려갔어!

영혼의 거푸집은 개에게나 줘버리고 사진 속에서 만납시다.

아마 그 곳에서는 거동이 불편치도 않을 것이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생전에 좋아하던 시어 만들기도 하면서.

엄마가 사랑하는 주님, 성모마리아님, 엄마가 좋아하는 아니 싫어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곳은 더이상 걱정거리도, 불유쾌함도 없는 사랑이 넘치는 곳 이겠지여?

아직도 나 나갈때면 엄마! 다녀올께~하는데 들리는지 몰라..

출필고하고 반필면하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들어와서는 인사하기를 종종 잊곤 하는데...

내도 이제 덧 없이 늙어 가쟌아!!   나 엄마 만나려면 정의보다는 사랑을 품어야 하는데 이론은 빠삭한데 연민보다 이해보다 분석이 먼저 앞질러 내달음질 치는 통에...사람에 대한 정을 내비치기조차 힘들어..   남녀간의 사랑보다 휴머니즘을 내세우고 싶지만, 것도 희생이 앞서야 하는데..   조롱에 비칠 비칠 뒤걸음질 치지 말고,  너니? 그래나다.. 내 앞길을 비켜서라..  이런 뱃심이 있어야 하거늘.. 내가 백날 뱃심 키우려고 한들 똥배밖에 더 나올게 있겠는가..  그저 마음밭 돌무더기 쌓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밖에....

그런데 아무리 깨닫고 깨닫는다 해도 짜증 앞에선 종 종 백기를 드는데... 어쩌랴 내도 인간인데...  유치하고 졸렬하게 느껴져 혀를 꽉~ 깨물고 싶지만, 이런 면도 나의 본성의 일부이거늘 이것을 부인하는 것은 내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라...기꺼이 수긍한다..반성과 아우라져서...  자신이 처한 현실과 유리된 미래는 없다.  그러기에 오늘의 내가 너무나 소중하다...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 외모이든.. 그것은 내게는 껍집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 껍질이 재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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