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래도 그때는..
작성자박선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2-08-06 조회수1,535 추천수3 반대(0) 신고

 

아~ 그때가 언제였던가...

지금은 어느 쪽에 달렸던 손가락이었는지 조차도 가물..가물..

 

때는 1977년 8월 15일,

노른자 같은 휴가일자는 선배들에게 상납하고

조금 늦은 듯한 여행길에

친구, 그리고 그와 친한 또 다른 친구

이렇게 얽혀진 무리가 10명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지엄한 아버지의 통제아래,

대성리도 한 번 못가본 내가...

첫 여행치고는 정말 고생 고생하며 멀리도 갔었다.

남도의 끝자락에 있는 완도에서도 다시 배를 타고

명사십리로 알려진 신지도까지 간것이다.

 

그 후 다른 여행길도 많았지만,

아직도 그 때 그 바닷가에서 느꼈던

철지난 바닷가의 쓸쓸함을 생각하면

없는 솜털이 오소소 일어설 것만 같다.

 

조그만 선착장에 내려서

가려져 있던

바위틈을 돌아서니

저 아래 모래사장위로

빛바랜 파라솔 두어개가

끝자락을 바람에 날리우고,

미처 겉어내지 않은 퍼~런 천막이

이리 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인적도 드물고, 아니 그 백사장에는

우리들만이 찾아온 듯

을씨년스러웠지만,

20대 아카씨들이

그런 쓸쓸함에 주저앉아 있을쏘냐..

 

우리의 소란에 신경 쓰일 주위사람도 없는지라

고삐풀린 망아지 새끼들 처럼

꺌~꺌~거리며....

 

그 중에 20대이지만 이미 몸은 40대의

질펀함에 들어서고,

목소리는 걸~죽한 친구가 있었는데,,,

새초롬한 우리 몇몇은 그의 넉담과 돌출되는

행동으로 그 날 이미지 완전히 맹가져버렸다.

 

한참 신나게 편갈라서 공놀이를 하는데.

여~어, 여기~좀 봐라, ~~~애들아!!!

어느새 고깃배를 얻어 타고

한 바퀴를 돌은 듯,

이제 배에서 내릴 참에

우리에게 승전보를 알리는 기사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 당시에는

여간해서 입기조차 용기가 필요한

손바닥만한 비키니를

그 몸에 걸치고서.....

 

꺄~악!!! 풍뎡~

막상 배에서 내려서려니 시퍼런 물에 두려움을 느낀듯.. 주춤..

주춤..

장난기가 발동한 아자씨.. 손끝.. 살짝~

그 친구 비명을 지르며 안빠지려 버둥대다

그만 거꾸로 요란하게 빠진 것이다.

 

상상해보아요~

짱짱한 햇빛아래

물 속에서 튀어 나오는데.. 목둘레에 걸쳐진 것은?

물기가 반사되어 광채를 발하는...오!마이 갓...

우린 모두 뒤집어졌어요! 완젼히~ 데꿀 떼꿀...

 

"초혼"이란 시를

그 모래사장에 새겨두고서도...

떠나는 배 가장자리에 앉아

여전히 그 날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키득거리다

바짝대어둔 두 배가 출발하면서.

조심성 없이 배 난간에 대고 앉은 내 손가락을...

 

으~윽..

손톱이 빗겨나와 건들대고 있었다...

 

그 손가락을 대충 연고를 바르고 둘둘 말은 채

아파도 아픈체로 통증을 감수하면서..

그 여정을 계속했다..

 

정말 손톱이 시린 이상한 느낌은

내게도 참으로 생경한 동통 이었던 것같다.

 

덧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지만....

자유도 억압 받아 본 사람이....

살뜰히 챙긴다는 것을 아는지....

내가 만끽하는 그 자유스런 해방감에....

내 가락지와 손톱마저도 기꺼이 동조하기로 했는지....

별 신경 쓰게 하지 않고서

예쁘게~~ 다시잘 자라주었다..

 

수난받는 손가락에

내 추억이 오버랩" 되어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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