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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께로 갈수만 있다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0-16 조회수1,628 추천수19 반대(0) 신고

10월 17일 목요일-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그분께로 갈수만 있다면>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이냐시오는 초대 교회를 대표하는 대교부입니다. 이냐시오의 예수님을 향한 열정이 얼마나 컸었던가는 그의 이름 이냐시오(Ignatius)가 "불"(Ignis)에서 유래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교회 전통에 따르면 이냐시오는 베드로 사도를 계승하여 안티오키아의 2대 주교가 되었으며,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가 다스리던 107년에 사자밥이 되어 순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는 밀알, 맹수의 이빨에 갈려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하느님의 밀알입니다."란 그의 서간을 통해 우리는 이냐시오의 강렬한 순교의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의 순교록에 따르면 안티오키아에서 복음을 전하던 이냐시오는 처형대상으로 로마로 압송이 결정됨으로써 멀고도 혹독했던 순교여정을 시작합니다. 안티오키아에서 시작된 순교여정은 필라델피아, 스미르나, 뜨로아스, 필립비, 데살로니카 등을 거쳐 로마에 도착함으로써 마무리됩니다.

 

참혹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순교여행을 이냐시오는 한치 흐트러짐 없이 의연히 걸어갑니다. 오랜 여독과 굶주림, 급격한 체력저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이냐시오는 오히려 신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순교여정 중간 중간에 자신을 방문한 에페소, 마네시아 교회의 신자들에게 끝까지 주님을 배반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합니다. 그 고통스런 죽음의 행진 가운데서도 여러 지역교회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편지들을 썼습니다.

 

로마에 도착한 이냐시오는 마침내 그 오랜 세월 간절히 바라고 준비해왔던 순교의 꿈을 원형극장(Coloseum)에서 이루게 됩니다.

 

이냐시오가 일곱 교회에 쓴 서간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불꽃같은 신앙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에게 있어서 이승의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곧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요, 새로운 탄생의 과정이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로 향하는 황혼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고 영광스럽습니까? 나를 그분 계신 곳으로 가게 해주십시오"(로마서간 2장 2절).

 

이냐시오의 순교를 향한 열의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순교야말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완전한 길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냐시오에게 있어 죽음은 그리스도와 하나되기 위한 필수조건이었습니다. 이냐시오에게는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그 혹독한 순교여행, 갖은 형벌 그 한가운데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순교를 간절히 염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내가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을 질투해서 방해하지 말 것입니다. 불도 좋고 십자가도 좋고 맹수의 무리도 좋으며 사지를 짓이기고 찢어도 좋고, 배를 갈라도 좋으며, 팔다리를 자르고 온몸을 난도질해도 좋습니다. 가장 잔인한 형벌도 좋습니다. 다만 내가 예수 그리스도께로 갈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로마서간 5장 3절).

 

안티오키아로부터 로마에 이르는 그 멀고도 혹독했던 순교 여행길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걸어갔던 이냐시오의 의연한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무거운 쇠고랑과 쇠사슬, 비웃고 놀려대는 숱한 눈길들, 인정사정 없는 채찍질로 만신창이가 된 이냐시오의 육신, 그러나 육신이 허물어질수록 그의 영혼은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이 사소한 고통들, 십자가들, 이냐시오의 그것에 비교한다면 참으로 "새발의 피"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 이냐시오처럼 일상의 십자가를 예수 그리스도 그분께로 가는 기쁨의 길로 여기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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