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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림성당 주신부님의 글 6
작성자조성익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13 조회수1,748 추천수11 반대(0) 신고

나의 수호천사는 바쁘실까?

 

 

 

 

 

 

 

 

 

 봉성체 하는 날이었다.

 

 

 

초겨울 비가와서 그런지 날씨가 유난히 차갑고 쌀쌀했다.

 

 

 

몸이 움츠려들고 걸을 때는 물론이고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고관절이 아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런 내 속사정을 잘 아시는

 

 

 

보좌 신부님께선 당신이 다 해주시겠노라고

 

 

 

하시면서 나를 아껴주시지만

 

 

 

본당신부가 양을 돌보는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우겨,

 

 

 

비록 배정된 환자는 적어도 지금껏 열심히 봉성체를 해왔는데

 

 

 

이젠 정말 그만두고 보좌 신부님께 맡겨드릴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외할머님께서 내게 들려 주신 옛 얘기가 떠올랐다.

 

 

 

                                                

 

 

 

 《 어떤 젊은이가 공로를 많이 쌓아 하느님 나라 높은 곳에 가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는 사막으로 가 되도록 불편하게 살아가면서 그 어려움을

 

 

 

희생으로 봉헌하며 고독하게 살아갔다.

 

 

 

우물도 일부러 집에서 먼곳에다

 

 

 

파놓고 거기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 그는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 예수님이 내 죄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가실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면서 비록 명령에 의해서였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잠시나마 대신 지고 가 예수님의 고통을 덜어 드렸던

 

 

 

키레네 사람 시몬 처럼, 그도 주님을 편히 해드리겠다는

 

 

 

그런 갸륵한 마음으로 힘들지만 한걸음 한걸음 떼어 놓았다.

 

 

 

그렇게 지내기를 몇 수십년, 이젠 늙고 병까지 들어 물지게 지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고열에 기침까지 심하게 하든 어느날 그야말로 억지로 물지게를 지고

 

 

 

걸어가는데 간교한 마귀가 다정스럽게 다가가 은근히 속삭였다.

 

 

 

                                      

 

 

 

"이보게, 자네 오늘따라 무척 힘들어 보이네,

 

 

 

내가 알기로는 자넨 젊을때부터 지금까지 몇십년을

 

 

 

주님을 위해 고신극기하며 지냈으니 공로도 그만하면

 

 

 

천국 가서도 아주 높은 자리에 앉기에 충분하고,

 

 

 

아마 하느님께서도 자네를 아주 흐뭇하게 여기고 계실거네,

 

 

 

그러니 이젠 몸 생각을 해서 고신극기일랑 그만하고

 

 

 

우물도 집 가까이 파놓고 길어다 먹으며 좀, 편히 살게나"  

 

 

 

 

 

그러자 노인은

 

 

 

"그래, 그 말이 맞아, 이젠 나도 힘이 드니,

 

 

 

물지게 지는것은 이것을 마지막으로 내일부턴 그만두어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뒤에서 하∼나, 두∼울, 세∼엣 하며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느 녀석이 놀리는거야" 하면서

 

 

 

뒤를 돌아다 보니 웬아이가 낡은, 그러나 두툼한 노트와 금색 글씨가

 

  

 

씌어지는 연필을 들고 서 있었다. " 아, 이녀석아, 어른을 그렇게

 

 

 

놀려대면 못써∼어"하고 나무랐다. 그러자 그 아이가 말했다.

 

 

 

 

 

" 나는 당신의 수호천사예요,

 

 

 

당신이 매일같이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그 무거운 물지게를 져 나를 때마다 커다란 공로가 되어 그수를

 

 

 

내가 일일히 세어 기록해 두었다가 하느님께 보고 하느라

 

 

 

나도 몇 십년동안 쉴새가 없어 바쁘고 힘들었는데

 

 

 

이젠, 당신이 내일 부터는 안한다고 하니 나도 오늘로써 이게 마지막이라

 

 

 

아주 편하게 잘 쉬게 되었네요" 하고 사라졌단다.

 

 

 

 

 

그 노인은 그제서야 어리석게도 마귀꾐에 빠졌었음을 깨닫고

 

 

 

우물을 옮기지 않고 계속 멀리서 물지게를 져 날랐다고 한다. 》

 

 

 

 

 

                                  

 

 

 

 

 

"아! 이 얘기를 떠오르게 하여 주신 나의 수호천사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봉성체를 계속해 천사님을 바쁘시게 해드리겠습니다."

 

 

 

 

 

 가슴에 뫼신 예수님과 함께, 긴 날들을 외롭게 투병 하시느라

 

 

 

지치신 할아버님, 할머님댁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생각해보면 어찌 봉성체 뿐이랴,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때론 속상하게 해주는 이를 참아주고

 

 

 

또 이렇게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매일 미사 참례, 냉담자 및 상가방문,

 

 

 

구, 반장등, 선행과 봉사 활동을 위해 발 걸음을 떼어 놓을 때마다

 

 

 

그분들의 수호천사께서도

 

 

 

그 공로를 금색으로 기록해 놓으시느라 바쁘시고 힘드시겠지?

 

 

 

그래도 신명나고 퍽 즐거워 하실것 같다.

 

 

 

 

 

 왜냐하면

 

 

 

"제가 수호해준 사람이 주님을 이렇게 많이 사랑해 드렸습니다" 라고

 

 

 

보고 드리는 수호천사님도 자랑스러울 것이며

 

 

 

하느님께서도 퍽 흐뭇해 하시며 칭찬 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 하느님은....

 

 

 

여러분이 지금까지 성도들에게 봉사해왔고

 

 

 

아직도 봉사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위해서

 

 

 

보여준 선행과 사랑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 히브리서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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