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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토니] 연중 제3주일
작성자계만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3-01-25 조회수1,301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3주일(03)

 

지금처럼 겨울이면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출근하시고 난 뒤에,

당뇨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이시는 할머니와

상태가 저보다 좀 더 안 좋은 남동생은

방안을 떼굴떼굴 굴러다녀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밖은 춥고 안은 답답하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 너무도 지겨워서

몇 번이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의 겨울은 힘들고 벅찼습니다.

 

할머니는 눈이 어둡고 앞이 잘 안 보이는 대신

6백만불 사나이보다도 힘이 세셨기에

섣불리 까불거나 덤볐을 때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것보다

방안에 있을 때가 더 춥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앞도 안 보이는 할머니께서는

하루 세끼 한결같이

밥,  김, 간장, 김치만으로 가득찬 밥상을 내어 놓으셨고,

우리는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며

억지로 넘기고 삼켰습니다..

매일 똑같은 밥과 반찬에

우리 형제의 몰골은 갈수록 수척해지고 형편없이 말라 갔습니다.

 

춥고 배고픈 우리들의 겨울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해

저는 제 동생의 의사를 물어 봤습니다.

제 동생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출근하고 나간 어머니의 지갑을 뒤졌습니다.

얼마를 꺼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저는 동전을 꺼냈고,

제 동생은 지폐를 꺼낸 것 같습니다.

물론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지갑을 탈탈 턴 우리들은

6백만불 사나이보다 예민한 귀와

철인28호보다 강력한 할머니의 손끝을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구멍가게로 향했습니다.

 

평소에 그토록 먹고 싶었던 호빵과

쥐포를 잔득 뜯어 먹고,

남는 돈으로 딱지도 사고,

오락실도 가고, 장난감도 샀습니다.

 

실컷 먹고 놀다가 해가 어두워지면서

집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졌습니다.

한참 골똘히 생각하며 가고 있는데,

비겁한 제 동생은 끊임없이 쥐포를 뜯어 먹는 척하면서

깨작깨작 걸어옵니다.

 

한 대 쥐어 박고는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야~ 니가 먼저 집에 들어가라."

동생을 집에 먼저 집어 넣고 난 뒤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억수로 조용합니다.

어머니는 지금 오셨을 건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마도 집안이 조용한 것이 별다른 일이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자신있게 살금살금 기어서 들어갑니다.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

정말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문을 살짝 열고 조용히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순간, 순간, 순간, 순간, 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접한 마르꼬 복음은

예수께서 처음으로 당신의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던지신 메시지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오늘 복음의 앞부분에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시는 예수님을

그리고 이어 사십일간 사탄에게서 유혹을 받으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늘 복음은

당신 활동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와 함께

그 활동을 위해 선택하신 첫 번째 제자들을 보여줍니다.

 

주님께서 제시해주신 첫 번째 말씀은

수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란 말씀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미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것은

너무도 기쁘고 즐거운 소식입니다.

즉 천당이 가까이 왔다는 것이고,

그 천당에 가는 길이 열렸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과 같은 곳에서 하느님을 느끼며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데 하느님 나라,

즉 천당에서 살기 위해서는

먼저 회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그릇된 악습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모든 나쁜 습관과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어둔 찌꺼기를 비워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과 과오를 뉘우치고,

진정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하느님을 맞아들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 모든 소식,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기쁜 소식을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가질 때에야

우리는 하느님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확실한 신앙과 회개만이

우리가 꿈꾸는 하느님의 공간으로 우리가 들어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는가

솔직히 잘 꺼내지 않지만

가끔씩 저 같은 경우는

이 천당과 지옥이란 단어들을 떠올릴 때면

섬짓섬짓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의 나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설 자격이 있는가?

솔직히 부끄럽고 억수로 쪽이 팔립니다.

지금의 내 삶을 바꾸지 않는다면,

나의 악습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의 끝은 명확한데,

이 길을 틀어 가야할 그 길로 가는 것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주님께로 향할 수 있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서게 하는

첫 번째 우리의 자세는 바로 우리 자신의 회개입니다.

 

뉘우치고 반성하고,

더 늦기 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개.

이 회개를 통해서 우리는 변화되어야 하고,

이 회개로써 주님의 나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생을 집안으로 먼저 밀어넣고 난 뒤

집안 분위기를 살피려고 했으나

그 분위기 파악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자식이 배신하면 우짜지?

일단 들어가서 보자.’

문을 열고 빼꼼히 들여다 보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잽싸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고백했습니다.

"저 자식이 먼저 하자고 했는데요."

어머니께서 다정스럽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자는 니가 먼저 하자고 했다던데."

죽음까지 함께 가지고 가자고 그렇게 맹세했건만

동생의 배신으로 인해

둘다 죽기 직전까지 얻어터져야 했습니다.

 

진실된 회개가 아니라면

우리는 평생 땅을 치며

통회의 피눈물을 흘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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