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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굶주린 자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08 조회수1,235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복음: 마르 6,30-34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일행과 군중들과의 숨바꼭질을 보는 듯하다.

 

파견되어 나갔던 사도(=’파견된 자’란 뜻)들은 예수께 다시 돌아와서 그간의 일들을 ’낱낱이’ 보고 했다.

 

예수께서는 수고하고 돌아온 제자들을 쉬게 하시고 싶었다.

그러나 따로 어디 외딴 곳으로 갈 수도 없을 만큼,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나가서 그만큼 열심히 사명을 수행한 복된 결실이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외딴 곳을 찾아 떠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의 일행이 어디로 갈지 벌써 다 눈치채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든 고을에서 나와 잽싼 걸음으로 그곳으로 달려가 일행보다 먼저 당도해 있었다.

 

사실 이 풍경을 상상해본다면 많은 과장과 무리가 따른다.

호수 건너 어디론가 갈때, 육로보다는 사실 뱃길이 빠른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음사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만큼 사람들이 갈급하고 굶주려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예수께서 가시는 곳마다, 제자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소문에 소문을 듣고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것이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 정도가 아니라, 필사적인 매달림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에 그리도 굶주려있었을까?

먹을 것?

그럴 수 있겠다.

바로 다음 대목에서 ’빵의 기적’을 행하시는 것을 보면 얼핏 생존의 욕구에 굶주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욕구가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근원적 욕구는 "목자"를 그리워하는 양떼의 욕구로 보았던 것이다.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을 측은히 여기시어 여러가지로 가르쳐주셨다"(34절)

목자는 양떼를 푸른 풀밭과 맑은 시냇물로 이끌고 나가서 배불리 먹여주고 쉬게 하는 것이 자기 임무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렇게 굶주린 양떼를 측은히 보시면서도 먼저 ’가르쳐주셨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군중이 올바른 가르침에 굶주렸다는 사실을 간파하신 것이고 예수께서 생각하시는 ’목자’의 첫째 임무는 양을 올바르게 이끄는’인도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을 위한, 양에 의한, 양의 목자! (어디서 들은... ^^)

 

정말 한 가정이 잘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장이 있어야하고, 한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어느샌가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주어야 유능한 가장, 유능한 지도자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있지만 과연 그럴까?

먹을 것은 예전보다도 더 풍족하고 문화 생활도 즐기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엄청나게 늘어난 현대인의 삶의 욕구와 그에 반비례하는 허기(虛氣).

그것을 채워주실 참된 목자는 누구인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예수의 일행은 이 대목에서 결국 휴식을 취하지는 못했다.

오직 그들이 쉬었던 잠시나마의 시간은 그나마 <배> 안이었던 것이다.

 

마르꼬 복음에서 ’배’는 호수를 건너가기위한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예수님의 설교의 단상(4,1)이기도 하고, 제자들과의 오붓한 휴식을 갖는 장소기도 하고(3,9), 예수님의 신적 권능을 보이신 곳(4,35-41; 6,45-52)이기도 하고 제자들의 교육현장(8,14-21)이기도 하다.

 

그래서 ’배’는 사실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다.

배, 교회 안에서의 유일한 휴식!

 

복음에서의 군중의 모습을 마치 허망한 욕구를 찾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현대인의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오늘 복음은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치는가?

 

바쁜 일과 속에서도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참된 지도자로 모시고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영혼의 참된 휴식, 참된 영적 양식, 참된 인생의 지침을 얻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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