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의 눈빛
작성자계만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15 조회수1,364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6주일

 

오늘 복음의 내용은 억수로 간단합니다.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고쳐주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나병환자란 누구인가?

나병이란 무엇인가?

 

나병이란 쉽게 문둥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굴과 손, 발이 문들어지는 병이라

문둥병이라고 합니다.

 

눈썹이며, 코, 귀까지 보기 흉한 모습으로 일그러지고,

심해지면 손가락, 발가락까지 떨어져나가는 병입니다.

병에 걸린 사람도 여러 가지 힘들뿐더러

다른 정상인들의 시각에서는

나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거나 생각하면

한 마디로 재수없다고 여겼습니다.

 

지금도 소록도나 일부 지역에 격리되어

나병에 걸린 환자들만 모여 살고 있듯이

예수님 시대에는 나병에 걸린 사람들은

바로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사람들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나병환자가 만나거나 부딪히기만 하면

그날은 완전히 재수 옴 붙은 날입니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나병환자를 보는 즉시 돌을 던지거나 위협을 가해서

멀리 쫓아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병환자들은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모여 들게 되었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까지

이러한 악습은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이 가져다 주는 여러 가지 고통과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하지만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어렵고, 더 힘겹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고정된 시각입니다.

 

’저 인간은 정말 재수없다.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냄새나고 역겹다.’

 

고정된 시각과 굳어버린 딱딱한 마음.

이것은 2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나병환자가 아니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꼴보기 싫어하고

재수없게 여기고 있습니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얼마나 손가락질하며 외면하고 있습니까?

"어이구, 저 자식만 생각하면

돌이 아니라 핵폭탄이나 던지고 싶다."

 

나 중심으로 세상에 흘러가야 하고,

내 비위에 사람들은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데,

이 쓰레기같은 세상은 지 멋대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진짜 있긴 있는거야.

저 웬수같은 놈 안 잡아가고."

 

우리의 차가운 시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오늘 복음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눈빛입니다.

나병환자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그 눈빛입니다.

예수님은 문드러진 얼굴에서 그의 시련을 보았고,

다 떨어져 나간 그의 손에는

세상의 온갖 멸시와 조롱이 새겨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겨운 냄새에서

사랑에 굶주린 한 영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경험했던 온갖 시련과 아픔을

예수님은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측은한 마음’

철퍼덕 당신 앞에 엎드린 그 나환자를 보는 순간

예수님을 채운 것은 바로 측은한 마음입니다.

이 측은한 마음은 바로

그 재수없고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다고 하는

그 사람에게 손을 내밀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미는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는 하느님의 저주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진정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의 편이시다.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기 위해서

더 큰 감사와 은혜가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그는 선택된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을 향한 그의 확실한 신뢰가 있었기에

그의 나병이 치유되었지만

예수님의 그 따스한 시선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쩌면 낯설기도 할 것이고,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예수님의 그 시선은 바로 우리 것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향한 우리의 자세도

예수님께서 가지셨던 그 마음과 같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살아간다는 것,

엄청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해야 합니다.

똑같이 안되더라도 매번 실패해서 좌절하더라도

우리는 끝없이 흉내라도 내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나를 피곤하게 하고,

나를 짜증나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생각만 하면 화가 나고,

말보다 주먹이 가까워지게 만드는 그 사람.

그 사람을 향한 우리의 차가운 시선과는 달리.

 

예수님은 재수없다고 하는 그 사람.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다고 하는 그 사람.

역겹고 구린 악취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힘겹게 하는 그사람.

그 사람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십니다.

 

그동안의 그의 아픔과 시련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예수님의 그 따스한 눈빛은

세상의 모든 편견과 차가운 시선을 잠재울 수 있었고,

그를 향한 측은한 마음은

손을 내밀어 그만이 품고 있는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고, 어색한 것이겠지만

예수님의 그 시선은 바로 우리 것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눈빛은 바로 우리의 눈빛이 되고,

예수님께서 품으셨던 그 마음이

세상을 따스하게 녹이는 우리의 마음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께서 내미시는 그 손길이

이제는 우리의 손을 통해서 표현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병환자를 바라보셨던 그 따스한 눈빛으로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순간 예수님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매번 실패해도 계속해서 예수님을 흉내내며 살아가는

따스한 눈빛을 가진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