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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홍수로 쓸어버리소서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18 조회수1,407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 6주간 화요일 말씀(창세 6,5-8;7,1-5.10: 마르 8,14-21)

 

홍수에 대한 전설들은 고대 근동 뿐 아니라 큰 강 유역에 살던 세계의 많은 민족들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는 설화이다. 홍수에 대한 무서운 기억들은 여러 세대를 두고 전해져내려왔을 것이다. 근동의 홍수 이야기 중에서 노아의 홍수 이야기와 가장 비슷한 것이 바빌론의 길가메쉬 서사시에 나오는 홍수설화일 것이다.

 

길가메쉬 서사시 제 11토판에 나오는 내용은 요약하면 대충 이렇게 되어있다.

-. 신들이 홍수를 일으킬 것을 결정한다. (신들의 노동을 대신해서 만든 인간이 불어나자 그들의 소란과 아우성에 신들은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없애버리기로 한다.)

-. 신들의 회의 도중에 한 신이 몰래 빠져나와 특정인에게 홍수에 대한 암시를 주고 방주를 짓게 한다.

-. 신의 지시에 따라 그는 방주를 짓고 동물들을 방주에 태운다.

-. 홍수가 시작되어 세상이 물로 덮이고 홍수가 끝났음을 새를 통해 알게 된다.

-. 방주가 산 위에 머무른다.

-. 감사 제사로 이야기는 끝난다.

 

창세기의 홍수설화 저자는 바빌론 설화와의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바탕을 이루는 사상과 전달하려는 의미에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즉 ’하느님이 인류를 멸망시킬 것과 구원할 것을 결정하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류의 구원과 멸망은 유일하신 하느님의 결정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바빌론 설화에서처럼 신들의 불편으로 인한 충동적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악한 생각만 하는 것" 때문에 새로운 세상을 이루시려는 하느님의 의지로 홍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성서저자는 인간의 죄악을 보시고 사람을 만든 것을 후회하시는 것으로 하느님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자신의 작품을 보고 탄식을 하시는 불완전한 분이시란 말인가? 성서저자는 이 표현을 통해 인간을 창조하시고 ’참 좋았다’고 경탄하셨던 하느님이 이제는 ’후회’를 하실 만큼 인간의 죄악은 보편적으로 만연하였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카인의  후손, 라멕은 카인을 보호하려던 하느님의 자비를 악용했으며(자기 보복의 수단으로) 거인족의 설화를 통해서는(6,2-4) 조상의 神性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렇게 세상을 덮은 죄악을 쓸어버리려는 하느님의 결심이 분노에 찬 경솔한 결정이 아니었음을 하느님의 번민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죄악으로 가득차고, 하느님은 슬픔으로 가득차 계시다.

 

"하느님과 함께 걷는 사람"이라는 뜻의 노아를 선택하심은 다시 첫 사람 아담처럼 당신과 함께 거니는 사람을 그리워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사람과 동산을 거닐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하느님이신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모조리 없애 버리리라."던 생각은 어디로 가고 방주에는 깨끗한 짐승과 함께 부정한 짐승까지도 넣으라시는 하느님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일까?  결국 모든 생명을 보존시키셨다는 것이다.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시면서도 뒤돌아 은근히 매를 거두시는 우리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 아니신가?

 

하느님의 목적은 인간을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다. 엄하게 꾸짖고 질책하는 것은 인간의 참회와 새롭게 하시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말씀이다. 하느님은 다시 인간과 동산에서 함께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싶으신 것이다. 그시절 그 친밀한 관계로 돌아가고 싶으신 것이다.

 

끝내 이 호소를 못들은 척 하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복음에서 경고하신다.

"아직도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느냐?  그렇게도 생각이 둔하냐? 너희는 눈이 있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면서도 알아듣지 못하느냐? 벌써 다 잊어버렸느냐?"

"그래도 아직 모르겠느냐?"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죄악에 탄식하시면서도 끝내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시는 주님.

우리가 주님 앞에서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우리 앞에서 무지개를 걸어놓고 다시는 벌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시는 주님.

 

주님, 오늘 제 안에 주님이 후회하고 탄식할 만한 것들이 들어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주님 앞에 그것들을 모두 내놓고 참회하오니 눈물의 홍수로 모두 쓸어버리소서.

그것이 주님께 올리는 진정한 감사와 화목의 제사임을 깨달았나이다.

주님과 함께 거니는 ’노아’의 이름이 제 이름이 되게 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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