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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사순5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07 조회수1,238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의 복음]  요한 8,1-11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복음의 향기]

오늘 미사에서 제1독서로 듣게되는 다니엘서에 대하여 우선 잠시 살펴보자. 지금의 다니엘서는 히브리어로 쓰여진 원문에 희랍어로 쓰여진 부분(제2경전으로 대략 13-14장)이 첨가되었다. 기원전 333년경 독립국가를 유지하던 유다(이스라엘)가 그리스 알렉산델 대왕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다. 그 후 기원전 63년 로마제국의 침공으로 제국의 식민지가 되기까지 이스라엘은 그리스의 프톨로메오, 셀레우쿠스 왕가의 등의 통치를 받는다. B.C 2세기경 안티오쿠스 4세가 유다인의 종교, 문화, 관습을 깡그리 없애려는 정책으로 그리스의 문화와 정신을 강요하고 이를 거역하는 유다인을 박해하였다. 이에 대한 유다인들의 저항과 항구함을 북돋우며 야훼의 나라가 승리한다는 희망을 예언하는 묵시문학적 저서가 바로 다니엘서이다. 다니엘서를 마카베오 상·하권과 함께 읽으면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마카베오 상·하권은 안티오쿠스 4세(특히 기원전 175년-134년)의 박해에 대항하여 종교적 해방과 나아가 국가적 독립을 물리적 방법으로 성전(聖戰)을 도모했던 마따니아의 아들, 마카베오, 요한, 시몬의 투쟁사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 제1독서는 나중에 첨가된 부분으로써 의인(義人) 수산나를 죽음 직전에서 구해내는 어린 다니엘의 총명함을 다루면서, 다니엘이 하느님으로부터 식별력을 선물 받은 성숙한 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 동시에 다니엘(Daniel)이라는 이름이 뜻하듯이 하느님은 정의로우시고, 정의를 창출하는 분이시다. 오늘 수산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수산나를 그리스 이방인과 또 이에 결탁하고 영합한 이스라엘 원로들과 재판관들의 온갖 유혹과 모략과 박해에도 끝까지 저항하는 신실한 이스라엘로 묘사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제1독서의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 다 간음(姦淫)의 경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니엘서의 수산나는 간통의 누명을 억울하게 뒤집어쓰고 있지만, 복음에서 고발된 여인은 간통의 현장에서 잡혔다고 한다. 구약의 율법을 잠시 살펴보자. "이웃집 아내와 간통한 사람이 있으면, 그 간통한 남자와 여자는 반드시 함께 사형을 당해야 한다."(레위 20,10) "어떤 자가 남의 아내와 한 자리에 들었다가 붙잡혔을 경우에는 같이 자던 그 남자와 여자를 함께 죽여야 한다. 이런 부정한 짓을 이스라엘에서 송두리째 뿌리 뽑아야 한다. 약혼한 남자가 있는 처녀를 다른 사람이 성읍 안에서 만나 같이 잤을 경우에는 둘 다 그 성읍 성문 있는 데로 끌어내다가 돌로 쳐죽여야 한다."(신명 22,22-24) "(우상을 숭배하는 자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죽일 때는 네가 맨 먼저 쳐야 한다. 그러면 온 백성이 뒤따라 칠 것이다."(신명 13,10) "(야훼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는 사람을) 죽일 때에는 증인이 맨 먼저 쳐야 한다. 그러면 온 백성이 뒤따라 칠 것이다."(신명 17,7) 예수의 입장은 진퇴양란이다. 여인에게 용서를 베풀자니 모세의 율법을 무시하는 처사로 되려 고발을 당할 것이고, 그들에게 동조하여 단죄하자니 지금까지 용서와 사랑과 자비의 가르침이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이 순간 둘 다를 얻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쳐놓은 올가미를 빠져나가면서 율법을 옹호하고, 여인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냉정한 식별력과 총명함이다.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쓰시면서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8,7) 하시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 둘씩 가 버리고 마침내 여자와 예수님만 남게 된다. 결국 인간을 심판하는 일이 인간에게 속해 있지 않음이 드러난 셈이다. 죄 없는 인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예수님 한 분뿐이시다. 따라서 예수님의 처신은 확실하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다니엘은 자신의 총명한 식별력으로 죄 없는 수산나를 죽음으로부터 구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니엘 보다 더 위대한 분이 계시다. 예수님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편이 되어 그들을 돌보고 변호하실 뿐 아니라, 현장에서 붙잡힌 죄인까지도 그 죄를 용서하신다. 그러나 용서받은 자는 삶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생활로 초대된다.◆

[법에 순종하기보다는 사랑에 순종하는 하루를 기원합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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