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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사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09 조회수1,647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3년 4월 9일 (수)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8,31-42

<아들이 너희에게 자유를 준다면 너희는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복음의 향기]

 

북이탈리아 아오스타에서 태어나 프랑스 노르망디의 베크에 있는 분도 수도회에 입회하였던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 성인은 1193년 켄터베리의 대주교에 서임(敍任)되면서 영국교회의 스콜라 신학자로 불린다. 성인께서는 대주교로 재임하는 중에 윌리엄 2세와 헨리 1세의 통치하에서 성직서임권투쟁(聖職敍任權鬪爭)으로 인하여 두 차례나 국외로 추방되는 파란을 겪으면서 동료이자 비서였던 보소(Bosso)와의 대화형식을 띤 한 권의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이 바로 그 유명한 "Cur deus homo?" - 꾸르(왜?) 데우스(하느님) 호모(인간) - 즉 "왜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는가?" 라는 책이다. 글쎄다. 왜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을까? 그 이유를 따지자면 한참 복잡하다. 성인께서 생각하는 이유는 책 전부를 소개해야 납득이 갈 것이다.

우리는 오늘 요한복음 사가의 의도에 따라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으니,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라는 언명(言明)에 머물기로 하자. 어제 복음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예수께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과정에서 "나는 ~ 이다"(ego eimi; 에고 에이미)는 도식을 자주 사용하셨음을 알았다.(사순5주간 화요일 복음의 향기를 참조하시오) 요한복음에서 "에고 에이미"의 도식이 사용된 구절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6.20) "나는 생명의 빵이다."(6,35)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7,37) 이 말은 문맥상 "나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물이다"는 뜻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8,12) "나는 문이다."(10,7) "나는 착한 목자이다."(10,11.14)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11,25)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6)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14,9)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신다."(14,10.11; 17,21) "나는 참 포도나무다."(15,1.5)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17,22)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19,26)

예수께서 하느님의 자기계시 방법인 "에고 에이미" 도식을 사용할 때는 본성상(本性上) 하느님이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특성을 가감(加減) 없이 가지신다고 하였다. 우리 인간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힐 때 "나는 ~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이 진술하는 "나는 (무엇)이다" 라는 말은 사실상 "나는 그(무엇)가 아니다" 라는 말로 알아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그(무엇)"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그 무엇은 모두가 다 후천적(後天的)으로 습득한 것, 또는 후천적으로 맺어지는 관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를 들어) "나는 박상대 신부(神父)입니다" 라는 진술에서 박상대는 별 의미 없는, 그렇게 불리는 이름에 불과하며, 나아가 애당초 신부는 물론 아무 것도 아닌 내가 현재 신부인 이유가 내 안에 있지 않고 적어도 예수님, 하느님, 신자(信者), 주교, 동료사제, 교회, 미사, 기도, 성사집행, 말씀선포, 봉사생활 등과의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이신 예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말씀하시면, 그분은 진실로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시고, 진리요 생명 그 자체이시라는 말이 된다.

오늘 복음이 말하는 "진리" 또한 그렇다. 이는 예수님 옆에 어떤 무엇으로 있다거나, 예수님이 어떤 철학자로서 배워 익혀 제자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어떤 불변의 지성적 가르침도 아니다. 진리는 바로 예수님 그 자체이시다.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말씀 안에 사는 것은 진리이신 예수님 안에 사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진리(예수님)가 주는 자유(은총)의 삶과 거짓(세상)이 주는 가책(종살이)의 삶을 두고 선택의 고민에 자주 빠지게 된다.◆

[진리가 자유를 줍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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