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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주님만찬성목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17 조회수1,548 추천수10 반대(0) 신고

◎ 2003년 4월 17일 (목)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오늘의 복음]

◀성유축성미사▶  루가 4,16-21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셨다.>

 

◀주님 만찬 저녁미사▶  요한 13,1-15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복음의 향기]

 

오늘 성목요일 저녁에 거행되는 주님의 최후만찬미사로서 교회는 예수부활대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파스카 성삼일"(Triduum Pachalis)에 들어간다. 파스카 성삼일은 부활대축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것은 수난과 죽음 없이는 부활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파스카 성삼일과 부활대축일]을 일년을 두고 기념하는 인류구원의 신비들 중에서 가장 거룩하고 성대하고 뜻깊은 축제로 거행한다.

◀성유축성미사▶

성목요일 오전 중에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구의 주교좌 성당에서 한해동안 사용할 성유들을 축성하고 사제들의 서약을 갱신하는 [성유축성미사]를 거행한다. 축성하는 성유는 세 가지로서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성당과 제대축성 등을 위한 "축성성유", 세례직전의 예비자들을 위한 "예비신자 성유", 그리고 병자성사를 위한 "병자성유"이다. 기름은 그 효과적인 기능과 향기 때문에 성서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바, 건강, 기쁨, 평화, 복, 성령의 힘 등을 상징한다.(시편 18,5; 23,5; 45,7-8; 104,15; 이사 61,3) 야훼 하느님은 당신과 당신이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기름의 다양한 사용법을 가르치신다.(모세오경 참조)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특히 기름을 머리에 부어 왕, 예언자, 사제들을 성별하여 내세우는 과정에서 드러난다.(사울왕: 사무상 10,1 / 다윗왕: 사무상 16,13; 사무하 5,3 / 솔로몬왕: 열왕상 1,39 /  예언자 엘리사: 열왕상 19,16 등등) "도유(塗油) 받은 자"는 "그리스도"라 불린다. 그러나 이 칭호는 마지막 시간에 등장할 구원자 메시아가 받게 될 칭호이다. "주 야훼의 영을 내려주시며, 야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고, 나를 보내시며 이르셨다."(이사 61,1/제1독서)

성유축성미사의 복음에서 보듯이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바로 이 대목을(이사 61,1-2) 봉독하심으로써 당신이 메시아요 그리스도이심은 물론이고, 예언의 내용이 당신을 통하여 성취되었음을 선포하셨다. 이 때문에 제자들과 신약의 백성들은 주님이신 그리스도(도유 받은 자)의 이름을 따라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게 되며, 그분의 영광스러운 사제직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묵시 1,5-8/제2독서)

◀주님만찬미사▶

4월 17일 성목요일이다. 유대력에 의하면 오늘 저녁 6시부터 과월절(해방절)이 시작된다.(유대력 5763년 니산월 15일) 예수께서는 과월절 만찬을 준비하게 하셨고,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만찬을 하시는 중에 자신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담아 새로운 계약을 세우신다. 이것이 바로 신약의 성체성사이며, 십자가 죽음으로 내어놓게 될 자신의 목숨(살과 피)을 담은 구원의 성사이다. 예수께서는 구약의 과월절 만찬 위에 신약의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이다.

오늘 미사에서 봉독되는 말씀들을 보자. 교회는 주님만찬미사에서 전통적으로 제1독서로는 과월절과 무교절 축제의 기원을 밝히는 출애굽기(출애 12,1-8.11-14)를 봉독하고, 제2독서로는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담은 고린토 1서(1고린 11,23-26)를 봉독하고, 복음으로는 예수의 마지막 만찬 중에 세족예식을 담은 요한복음(요한13,1-15)을 봉독한다. 그런데 복음의 첫머리에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문제는 요한복음이 최후의 만찬을 공관복음과는 다른 시점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관복음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을 무교절 첫날에 준비시켜, 과월절이 시작된 후의 시점에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고, 또한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함께 보도하고 있다.(마태 26,17-29; 마르 14,12-25; 루가 22,7-23) 그러나 요한복음은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요한 13,1) 만찬을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더욱이 성체성사 제정기사를 빼고 이 자리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례"를 보도하고 있다.(요한 13,4-15) 이렇게 공관복음서와 요한복음서에 기술된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최후만찬의 날짜에 대하여는 성서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다.

공관복음사가들의 의도는 분명히 무교절과 과월절 축제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있다. 이들 축제의 의미를 한데 묶어 예수께서 세우시는 신약의 성체성사를 "누룩 없는 빵"과 "어린양의 피"에 연결짓자는 것이다. 이로써 공관복음은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예수님 공생활의 마지막 결론으로 내세운다고 볼 수 있다. 요한복음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식을 통하여 "스승이며 주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준 것이다"(13,14-15)는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지상명령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예수님 공생활의 결론을 "사랑"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요한복음은 6장, 빵의 기적과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통하여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을 간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둘 다를 얻은 셈이 된다.

2000년 전 오늘 예수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나누었던 마지막 만찬이 우리 앞에 실제로 드러난다. 오늘의 만찬미사는 우리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이 그분의 제자들인 바로 우리들이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그때와 똑같이 그분은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살과 피로 주시며, 그분의 살과 피는 그분의 모든 것, 즉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것이 곧 성체성사로서 인류를 위한 구원의 성사요 사랑의 성사인 것이다. 성사(聖事)의 신비로움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것을 하느님께서 우리 눈에 보이도록 이루어 주셨다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신비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다.◆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에게 나의 몸까지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되어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주셨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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