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의 시선
작성자김선필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22 조회수1,586 추천수12 반대(0) 신고

우리 수도원 뒷뜰에는 정말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 저는 비내린 뒤의 깨끗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 정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분 하고 있었는데, 같이 살고있는

기숙생친구들이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정원으로 하나 둘씩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다보니 장난도 치게 되었는데, 순간

지엄하신 수사님의 목소리가 들여왔습니다.

"잔디는 밟아도 좋은데, 잡초 20개씩만 뽑아와라 ^^;"

그때 저는 속으로 ’아차!’했지요. 한창 잔디가 자라고 있는 시기인데 제가 무심코 그것을 밟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잔디를 둘러보니 잡초들도 역시 한창 자라고 있는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이차저차 자연스레 친구들과 잡초를 뽑게 되었습니다.

잡초를 하나씩 뽑는데 제법 재밌더라구요. 친구들도 재밌다고 잡초를 뽑았습니다.

저는 잡초를 뽑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이 일을 하는데, 싫지가 않을까? 군대에서 제초작업을 할 땐(전역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무지 하기 싫던데 말이야. 잡초를 뽑는다는 목적은 같은데, 왜 그 느낌이 다를까? 오늘 이것이 좋았다면, 그때도 좋은 기분으로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같은 일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이렇게 다르구나!’

 

 어제 복음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반응이 두가지가 나옵니다. 미사때 신부님께서 강론하신 내용의 주제가 바로 이점을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제게 많은 생각꺼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반응중 하나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반응으로, 예수님의 부활하심에 대해 너무나도 두렵고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제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런데 다른 하나는 대사제들과 원로들의 반응인데,  예수님의 부활이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로써, 세상에 알려져선 절대 안될 일로 여겨서,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을 매수하고 부활 사실을 숨기고 왜곡하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란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가지의 서로 정 반대가 되는, 다시말해 양극으로 치닫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겼다는, 어찌보면 이 세상에서 전무후무한 톱뉴스인 예수님의 부활을 가지고도 이렇게 서로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와같은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합니다.우리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이기도 하면서 대사제들과 원로들이기도 합니다. 같은 일을 보면서도 그일을 통해 섭리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고, 반대로 세상을 비관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잡초를 뽑으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던 그분은 인간의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하셨습니다. 즉, 우리와 같은 일상을 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슨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상생활 그자체에서 예수님의 자취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일어나는 것, 세수하는 것, 밥먹는 것, 일하는 것, 기도하는 것, 운동하는 것, 공부하거나 잡담하는 것, 잠자리에 드는 것, 심지어 잠을 잠고 있는 것까지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똑같이 생활 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생생활 그 자체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도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시선, 즉 예수 그리스도에서 시선을 고정시킬 때에만 이와같은 일들이 가능합니다.

 이를 실현하기위한 탁월한 방법으로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할 수 있는 묵주기도를 자주 바칠것을 마음모아 귄합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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