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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난의 부대찌개
작성자김선필 쪽지 캡슐 작성일2003-04-23 조회수1,772 추천수10 반대(0) 신고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가 어려우냐?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시며

 모세의 율법서와 모든 예언서를 비롯하여 성서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기사를 들어

 설명해 주셨다."

                                  (오늘의 복음 루가 24,13~35 중에서)

 

 저는 요즘 식사를 좀 가려서 합니다. 매번 속이 더부룩하거나 좋지 않아서 하루일과를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제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맵고 짠 음식과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가려먹어보라는 충고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거론된 범주에 속하는 음식들은 피해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공동체에서는 기숙사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합니다. 오늘도 역시 점심을 아이들과 함께 먹으러 식당에 갔지요. 오늘은 마침 시빨간 부대찌개가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먹고 싶어서 침이 꿀꺽 넘어갔지만,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니 꾹 참고 아쉬움을 뒤로한채 부대찌개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얼마후 우리 기숙사의 한 여선생님께서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 님께서는 식탁을 둘러보시다가 다들 부대찌게를 먹고 있는데, 유독 혼자만 그것을 먹고 있지 않는 저를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수사님! 아이들 사랑하시려면 편식하지면 안돼요. 조금이라도 드셔요~!

 (옆에계신 수사님을 보시면서) 그쵸 수사님?"

 옆에 계시던 수사님도 그 말에 동조를 하시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저는 그 무서운(?) 부대 찌개를 먹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 먹느냐, 먹지 않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아니,

 ’아~ 이걸먹고 이위기를 모면하느냐, 먹지 않고 내 속을 보호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저는 이 고민을 다 마치기도 전에 선생님께서 떠주신 부대찌게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먹으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먹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선생님이 얄미우기도 할텐데, 왠지 아이들을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찌게를

먹으면서,

 ’그래 먹자! 좀 있다가 아이들이랑 운동할때 많이 뛰어서 다 소화시키면 괜찮겠지 뭐~^^’

 라고 저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사순시기가 막바지로 치닫을 무렵 저녁말씀시간에 원장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 잔을 마시면 죽는데, 이 잔을 마셔야 한다는 그 사실이 예수님께는가장 큰 고통이셨 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약이 들어있는 줄 알면서도, 뻔히 그걸 먹으면 죽는줄 알면서도 이것을 먹어야 우리를 살리실 수 있기에 그 일을 행하시고자 하셨던 예수님의 사랑이 제 마음 속에 메아리 쳤습 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겪으셔야만 한다는 그 일들을 예언하고 있는 구약성서의 모든 부분을 들어 당신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루어졌음에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시고 한탄하셨습니다.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 믿기가 어려우냐?’

 

 그 모든 고통을 이겨내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치도 큰 전쟁을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의 영웅담처럼 자신이 겪으셔야 했던 그 모든 일들을 설명해주시고 계신것입니다.

 

 예견된 고난, 우리에게는 어떤 것들일까요?

 

 내가 하기 싫은 일, 특히 이 일을 하면 내게 어떤 불이익이 오겠지만, 예수님을 생각하고

그 일을 한다면 그것은 어떨까요?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가진 정신적, 육체적 약점들은 대게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진 않죠. 어떤 일이 다쳤을때 그 약점때문에 당하는 고통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약점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들과 같지 않을

까요? 내 약점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말 아릅답게

느껴집니다.

 이런 일들이 우리안에서 이루어질때, 우리는 예수님처럼 자신이 한 일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루신 일이옵기에 우리에겐 놀랍게만 보이도다.

  그 크신 사랑 놀랍도다.’ (시편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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