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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노동자 성요셉)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01 조회수1,637 추천수5 반대(0) 신고

◎ 2003년 5월 1일 (목) - 부활 제2주간 목요일

 

노동자 성요셉 축일

 

[오늘의 복음]  마태 13,54-58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복음의 향기]

 

생명의 계절 오월의 첫날이다. 오월은 성모님의 달이며, 계절의 여왕이기도 하다. 오늘 5월 1일은 우리 나라를 비롯한 러시아, 중국, 그리고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미국과 캐나다에서는 9월 첫 월요일) 근로자의 날, 또는 노동절(Labor Day)로 기념된다.

 

우리 가톨릭교회 또한 인간노동의 그리스도교적인 의미를 줄곧 강조해 왔고, 노동의 존엄성을 제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황 레오 13세는 1891년 5월 15일에 "노동헌장"이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을 발표하였고, 교황 베네딕도 15세(재위 1914-1922)는 나자렛 성가정의 보호자 성요셉에게 "노동자의 수호 성인"이라는 호칭을 부여하였다. 1955년 5월 1일에 교황 비오 12세는 오늘을 "노동자 성요셉 축일"로 선포하였다. 성요셉과 노동자의 관계는 사실상 이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수님을 평범한 인간 생활로부터 떼어놓지 않으려는 계속적이고 필연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교회는 처음부터 성요셉이 목수(木手)를 본업(本業)으로 삼았고, 아울러 그의 아들인 예수님 또한 목수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요셉과 예수님은 목수 일을 통하여 가정을 위한 빵을 벌었던 것이다.

 

노동(勞動)은 인간이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나 정신을 움직이는 행위이다. 그렇지만 노동이 그런 단순한 행위만은 아니다. 노동은 원초적으로 생명(生命)과 직결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태초의 인간도 노동을 통하여 음식을 얻어 생명을 유지시켜야 했다. 처음에 인간은 가장 단순한 수렵(hunting)이나 채집(collecting)의 방법으로 음식을 얻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은 좀 더 편이한 방법을 간구하게 된다. 유목(nomadic)이나 가축(domestic animals), 그리고 재배(cultivation)나 농경(agriculture)이 바로 그런 방법이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이 음식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음식을 얻든, 타인의 도움으로 음식을 얻든 간에 본질적으로 노동 없이는 생명이 유지될 수 없다.

 

일찍이 베네딕도 성인은 "기도하며, 일하라"(ora et labora) 라는 중요한 말을 남겼다. 이는 기도와 노동, 노동과 기도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노동이 바로 기도"라고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셨지만, 사람은 노동으로 이 생명을 유지시킨다. 그러니 노동은 바로 기도인 것이다.

 

하느님 앞에 서있는 인간의 자세는

본질적으로 기도하는 것뿐이다.

인간이 두 손을 모으면

하느님은 그 손들을 축복해 주신다.

청하는 손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연장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든 김을 매든

그 손 안에서 인간의 숭고함은 커져 가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Rainer Maria Rilke(1875-1926)의 시(詩) 중에서]

 

예수님은 나자렛의 고향사람들에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신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믿음을 주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예수와 그 가족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 또한 그들 중의 하나이며, 그들보다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 결국 예수는 목수인 요셉의 아들로서 같은 목수 출신이라는 말이다. 이런 선입견은 예수님의 복음을 듣거나 받아들이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예수님이 전하는 복음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적어도 20년 이상을 목수로서, 그의 손에 쥐어진 연장을 통해 바친 기도로써 복음을 이루어낸 것이다. 예수의 고향사람들은 이 점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도 예수님의 이런 점을 간과한다면 그분의 복음을 제대로 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 손이 하는 일을 축복하여 주십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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