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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부활2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02 조회수1,487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3년 5월 2일 (금) -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6,1-15

<예수께서는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달라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복음의 향기]

 

성서는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요한 20,30)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지상의 생명이 아니라 주님의 부활이 마련한 새로운 차원의 생명, 즉 영원한 생명을 뜻한다. 이번 부활 제2주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우리는 요한복음 3장의 예수와 니고데모의 대화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위한 조건으로 물과 영으로 새로 나야함을 배웠다. 오늘 금요일부터 부활 제3주간 토요일까지는 미사전례의 복음으로 요한복음 6장의 말씀이 봉독된다. 요한복음 6장을 통하여 우리는 지상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섞어 없어질 빵이 필요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는 다른 빵이 필요하다는 것(성체성사)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6장은 앞서간 5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베짜타 못가의 중풍병자를 치유하자, 유다인들의 예수의 권한에 시비를 걸어 논쟁을 벌이는 5장 전체의 내용이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보도되고 있는 반면, 6장의 내용은 갈릴래아 호수와 바로 근처인 가파르나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장과 6장 사이에 병자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행적이 생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상당히 긴 대목의 요한복음 6장은 구조상 대략 6단락으로 구분된다. ①단락: 예수께서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이는 기적을 행하신다.(1-15절) ②단락: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수 위를 걸어서 배를 타고 있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신다.(16-21절), ③단락: 군중들이 호수 동편에서 가파르나움으로 이동한다.(22-24절) ④단락: 예수께서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대화형식으로 내리신다.(25-59절) ⑤단락: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많은 제자들의 불신을 토로하자 예수께서는 배신자를 예고하신다.(60-66절) ⑥단락: 시몬 베드로가 대표적 신앙을 고백하자 예수께서는 12사도 중에 배반자가 있음을 예고하신다.(67-71절) 오늘의 복음은 6장의 ①단락에 속하는 대목으로서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빵의 기적(표징)을 보여주고 있다.(1-15절)

 

갈릴래아 호수 근처에 많은 군중이 떼를 지어 예수님을 따른다. 그들은 예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는 기적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하루 종일 예수를 따라 다닌 것 같다. 조그만 산등성이에 이르러 예수께서 제자들과 자리를 잡자, 그 주위로 무려 5000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앉았다. 다들 지치고 굶주린 모습이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누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들이다. 예수께서 먼저 말을 꺼내셨다. "이 사람들을 다 먹일 만한 빵을 우리가 어디서 사올 수 있겠느냐?" 물론 불가능함을 알고 하신 말씀이다. 돈도 없고, 그만한 양의 빵을 살 곳도, 파는 곳도 없다. 예수께서 다시 한번 제자들과 군중들을 살펴보신다. 그러자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허리춤을 움켜쥔다. 무엇이 잡히는 모양이다. 사실 사람들은 길게 내려 입은 겉옷 속에 전대(纏帶: 돈이나 물건을 넣어 허리에 차기 위해 무명이나 베 따위의 헝겊으로 만든, 중간을 막고 양끝을 튼 긴 자루)를 차고 있었다. 그 속에 며칠 먹을 빵이 들은 게다. 그들은 통상 집을 나설 때 누룩 없이 납작하게 만든 빵(무교병)을 몇 개씩 전대에 넣어 다녔다. 그냥 먹어도 되고, 쨈을 발라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하루 종일 예수를 따라다니다 보니 빵을 다 먹어버린 사람도 있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누구하나 선뜻 자기 것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다. 안드레아가 용케도 보리빵 다섯 개와 작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어린아이를 지목한다. 아이가 자기 생명과도 같은 양식을 잘못 간수한 것인가? 아이의 작은 체구 때문에 허리춤이 불룩해서 안드레아에게 들킨 것인가? 아니면 순수한 아이 마음이 자기의 것을 몽땅 식사의 음식으로 내어놓은 것인가? 어떻게 된 것인가? 이제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가 예수님의 손에 건네어진다.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다. 복음서는 그저 "감사의 기도"라고 하지만 분명 이 기도는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기도였을 게다.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렀던 눈으로 사람들을 살펴보신다. 삼삼오오 둥글게 모여 앉은 군중들 가운데 빵도 마른 물고기도 수북히 쌓여있다. 모두가 배불리 먹는다. 여기 저기서 이야기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따금 한바탕 웃음소리도 들린다. 그야말로 즐거운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보잘것없는 것도 예수님의 손을 통하면 큰사랑이 됩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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