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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그리고 어머니
작성자은표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13 조회수1,659 추천수10 반대(0) 신고

 

                     

                ☞   부활 그리고 어머니  ☜

 

{이 글은 살레시오 수도회 ’송인규 베드로’ 신학생이 수도원 소식지에 실은 글을 옮겼습니

다.}

 

♠ 영정속의 사진

 

때는 2001년 1월 13일 새벽 1시였다. 단잠에 빠져있던 나는 "베드로" "베드로"라는 나지막

한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옴을 느꼈다.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구

나’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부님께서는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니 지금 집으로 가봐야겠어" 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옷을 주워 입고서 넘어질 듯 계단을 치달려 내려가서, 수련장 신부님과 함께 서대전역으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로사리오를 바치면서, 내가 도착할 때까지 만이라도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으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서울에 도착했을 때, 이미 어머니께서는 영정속의 사진 속에서 나를 맞이하고 계셨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나마도 그 순간이 내 일생에서 처

음으로 죽음을 경험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은 나에게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

는 현실이었다. 단 한 순간도 내곁을 떠나시리라는 것을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다. 그 때부

터 나는 과거의 시간 어디라도 어머니가 살아계시기만 한 그 순간이면, 아무리 힘겨웠던 시

절이라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면, 빨리 시간이 흘러서 하늘에 계시는 어머니와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살아계시지만 너무도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

을 보면서 도대체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하느님께 원망도 해 보았다.

 

♠ 어머니와 나

 

어머니께서 투병하신지 1년 반이 지나서였다. 명절 때 본가 방문을 가서 어머니와 함께 휴

가를 보내면서,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어머니를 안아서 이동시키다가 그만 배에서 위장으로 음식을 공급하기 위한 튜브를 빠뜨리고 말았다. 응급실로 옮겨진 어머니

는, 추석 명절인지라 모두 휴가를 떠난 관계로 주치의 대신에 경험없는 당직 인턴에게 튜브

를 재 삽입하는 시술을 받다가 배에 심각한 상처를 얻게 되셨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지만 피를 응고시킬 수 있는 기능이 마비된 어머니에게는 암과도 같은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이 때 어머니께 바라던 나의 소망은 비록 쓰러져 계셨지만, 살이 썩는 고통이 없던 그 상황으

로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 모든 것은 나에게 달린 것

 

그리고는 어머니는 약 4개월 정도 눈뜨고는 못 볼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다가 병원에서 마지

막 숨을 거두셨다. 이런 과정에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나는 항상 과거 속에서 살고 있었

던 것이다. 하느님은 시공을 초월한 분이시다. 그분에게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의미가 없

을 수도 있다. 만약 지금이라도 누워 계신 상태의 어머니라도 되살려 주시기만 한다면 나에

게는 커다란 은총일 것이다.그러나 정작 어머니께서 누워계실 그 당시에는 건강하신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거동이 자유로웠던 이전 상태로 회복하실 수 있다면 하고 바랬었다. 그러나 시공을 초월하시는 하느님 편에서는 언제나 나의 청을 들어 주고 계셨던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것만

을 기억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내 마음 속에 간직하고 나의 삶 속에서 살 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다.

 

♠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런 의미에서 부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활을 보고 예수님을 믿었던 예루살렘 부인과 제자들에에는 구원의 순간이었을 것이고, 누군가가 훔쳐가서 부활을 가장했으리라고 생각했

던 사람들에게는 한 낱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보았다

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도 마찬가지

이다.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진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 왔느냐가 그 사람의 현재를 규정하고 지금 어떻게 사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부활을 남겨 주셨다. 우리는 부활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을 가장 큰 은총의 순간으로 인식하고 충실히 살아가

지 못한다면 언제나 과거나 미래의 그림자만을 쫓아서 살아가는 불행한 삶을 살 것이다. 과거나 현재 미래는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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