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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향기 (부활 제6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25 조회수1,624 추천수6 반대(0) 신고

◎ 2003년 5월 25일 (일) - 부활 제6주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9-17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복음의 향기]

 

오늘 부활 제6주일의 복음은 지난 부활 제5주간 평일의 목요일과 금요일 복음을 합친 것이다. 따라서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의 [복음의 향기]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말씀(15,1-8)을 바탕으로 한 사랑의 계명이다. 나무와 가지의 관계는 살아 있는 일치의 상징이다. 포도나무는 예수요, 가지는 제자들이며,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돌보고 가꾸어 주시는 분은 하느님 아버지이시다. 농부이신 아버지는 가지가 나무를 통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하신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바로 "사랑"을 의미한다. 잘 가꾸어진 나무가 가지에게 생명의 수액을 전해주듯이, 아버지의 사랑이 아들에게로 흘러가며, 아들의 사랑이 제자들에게로 흘러간다. 사랑의 수액을 전해 받은 가지들이 나무에 붙어 있는 한 열매를 맺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만 된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2절)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셨고, 그 사랑으로 아들은 제자들과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셨다. 우리가 이 사랑을 받아들여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준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된다. 이것이 사실상의 복음이며, 우리 그리스도교적 삶의 핵심이다. 하지만 실제의 삶은 보통 핵심을 비켜간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통하여 청하는 하느님의 나라가 벌써 이 땅에 임(臨)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리의 실제적 삶은 그것과 너무 멀리 있다. 시기와 질투, 거짓과 부정, 굶주림과 질병, 폭력과 강탈 등이 우리 삶이 매일 접하는 일상(日常)이다. 그것은 우리가 말로만 사랑하고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께서는 말로만 사랑을 설교하지 않았다. 그분은 사랑을 살았고, 사랑에 옷을 입혔다. 그분은 사랑 때문에 자주 꼭 지켜야 할 안식일법도 버렸다. 그분은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사정을 내일로 미루지 않았다. 그분은 사랑 때문에 갖은 혈연, 가문, 지위 등을 벗어 던졌다. 예수님의 사랑은 엄격한 현실이며, 그 절정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것이다. 왜 우리의 세상이 이토록 더디게 변하고 있는 지를, 그리고 변하는 데 인색한 줄을 알겠는가? 예수님의 말씀을 되풀이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를 짓는 것이나, 불평하지 않고, 남을 화나게 하지 않는 것이나 남이 나에게서 바라는 대로 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에 예수께서 방금 언급한 정도로 살았다면 그리 대단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랬다면 남의 눈에 썩 띠지도 않았을 것이고 십자가 죽음을 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오늘날 아무도 예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사랑은 이 모든 것을 능가하며 끝이 없다. 그분의 사랑은 어떤 상황과도 타협하지 않았고 어떤 단서를 달거나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 안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가 이 공동체 안에 늘 머무를 수 있는 원동력은 하느님께서 아들을 통하여 주시는 사랑이며, 동시에 그 사랑에 열매를 맺음으로써 응답하는 우리의 사랑이다. 이 사랑 안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벗"으로 불러 주신다. "예수님의 벗"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그분을 조금씩 닮아 가는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닌 것을 받아들여 내가 그것으로 변한다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기회가 오면 주저하거나 미루지 말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결단하고 행동하자.◆[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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