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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15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19 조회수1,691 추천수9 반대(0) 신고

◎ 2003년 7월 19일 (토) -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12,14-21

<예수께서는 예언을 이루시기 위하여 당신을 남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때에 14)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물러가서 어떻게 예수를 없애 버릴까 하고 모의하였다. 15) 예수께서는 그 일을 알아채시고 거기를 떠나셨다. 그런데 또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왔으므로 예수께서는 모든 병자를 고쳐 주시고 16) 당신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 달라고 신신당부하셨다.

17) 그리하여 예언자 이사야를 시켜, 18) "보아라, 내가 택한 나의 종, 내 사랑하는 사람, 내 마음에 드는 사람, 그에게 내 성령을 부어 주리니, 그는 이방인들에게 정의를 선포하리라. 19) 그는 다투지도 않고 큰 소리도 내지 않으리니, 거리에서 그의 소리를 들을 자 없으리라. 29) 그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리라. 드디어 그는 정의를 승리로 이끌어 가리니, 21) 이방인들이 그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메시아적 예언자인 이사야

 

오늘 복음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어제 복음과의 중간 부분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윗보다 더 나은 분, 성전(聖殿)보다 더 높은 분, 안식일의 주인으로 자신을 계시하신 예수께서는 곧이어 어느 한 회당에서 오그라든 손을 가진 불쌍한 사람을 치유해 주신다.(마태 12,9-13) 물론 그날 또한 안식일이었다. 예수님의 상대자들이 먼저 예수를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회당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어도 법에 어긋나지 않습니까?"(10절) 하고 묻는다. 이 대목의 원전(原典)인 마르코복음에서는 예수께서 먼저 사람들을 향하여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 하고 물으시자 모두들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3,4)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닫고 있자, 예수께서는 그들의 완고한 마음에 탄식하시고 노기에 찬 얼굴로 둘러보시며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펴라" 하시면서 그를 고쳐주셨다.(3,5) 그러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나가서 즉시 헤로데 당원들과 만나서 예수를 제거할 방도를 모색한다.(3,6) 마태오복음서는 약간 다른 뉘앙스를 보인다. 마태오는 안식일에 구덩이에 빠진 양을 어려움에 처한 사람과 비교하면서 사람이 양보다 훨씬 더 귀하기 때문에 안식일이라 할지라도 착한 일을 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다.(11-12절) 이어서 예수께서는 병자의 손을 고쳐주신다.(13절) 치유를 목격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태도는 마르코복음에서와 같이 예수를 제거할 모의로 치닫는다.(14절) 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함으로써 안식일 법을 또 다시 어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줄곧 병으로 고생한 병자 측에서 관찰한다면, 그가 오늘(안식일) 치유되는 것과 내일 치유되는 것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마르코복음은 예수께서 안식일이라 할지라도 착한 일을 해야 할 경우를 만나서 그 일을 회피하면 곧 악한 일이라고 보고 있으며,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경우를 만나서 그 일을 회피하면 곧 사람을 죽이는 일로 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반면 마태오복음은 이 내용을 "안식일에라도 착한 일을 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12절)는 말로 고쳤다. 이는 어제 복음묵상에서 언급한 대로 마르코와 마태오의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지만 마르코는 착한 일을 위해서 안식일 법은 폐기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마태오는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보는 미소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결국 마태오의 의도는 구약의 율법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오신 메시아 예수의 지상사명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마태오는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40,1-4)을 인용하면서, 이스라엘이 간절히 기다리던 메시아가 바로 예수이심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곧 하느님께서 택하신 종, 사랑하는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 성령을 부어 이방들에게 정의를 선포하는 사람,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도 끄지 않는 사람, 정의를 승리로 이끌어 가시는 분, 이방인들이 희망을 거는 이름을 가진 분, 바로 메시아이신 것이다.(18-21절)

 

마태오에게 있어서 이사야는 메시아적 예언자이다. 마태오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을 시기 적절하게 인용하면서 예수님의 메시아적 실존(實存)을 점층적으로 제고(提高)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마태오복음을 살펴보면, 예수의 탄생을 예고하는 곳에서(1,23), 세례자 요한의 광야선포에서(3,3), 예수의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함에서(4,15-16),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는 대목에서(8,17), 그리고 안식일에 오그라든 손을 고쳐주신 예수를 따르는 모든 병자들을 또한 고쳐 주시는 오늘 복음의 대목에서(12,18-21)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 인용되고 있다. 이제 마태오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메시아는 거리에서 그의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19절) 조용한 가운데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야훼의 고난받는 종이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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