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나누게 하소서
작성자최옥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3-07-27 조회수1,218 추천수6 반대(0) 신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듯이, 예수께서는 몰려오는 군중을 바라보시며, 제자에게 이 군중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를 묻는다.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 알고 계신 하느님은 빵을 달라고 청하기도 전에, 보리 빵 다섯개로  오천명이 넘는 군중을 배불리시고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가 되게 하신다. 하느님은 우리가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풍부히 주신다는 것을 한 달 전에 수녀원에서 체험했다.

 85세된 나의 아버지는 밥과 반찬도 만드시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까지 보살피시기 때문에 마딸인 나로서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오이 20개쯤 사다가 맛있는 오이 짠지를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나는 깜짝 놀랐다. 수녀원 주방 앞에 여러 자루의 오이와 호박이 있는게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성서 말씀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느꼈다.

 성찬예식의 원형인 빵의 기적과 최후만찬은 같은 빵을 나누고 친교를 이루며 주님 안에서 한 형제로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공동체는 이러한 삶을 살았는데, 과연 오늘의 교회와 우리 각자는 친교와 나눔, 일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미사때 마다 늘 아쉬운 것은 같은 성가를 1년 365일 부른다는 것이다. 전례시기별로 몇 개 안 되는 곡으로 매번 부르자니 싫증도 난다. 신자들 중에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작곡을 공부한 사람도 많다. 또 신부나 수녀중에도 전문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 사람들이 있지만 누구하나 성가를 작곡해 내거나 좋은 곡들을 모아 편집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 천주교회가 음악적인 전례방면으로 나누지 못함을 나타내 주는 일례이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교회 전례를 위해 좋은 시도 쓰고, 그 가사에 맞게 좋은 곡을 써서 누구나 쉽고 흥겹게 찬미의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몇 년 전 전례토착화를 위해 변화가 있었지만, 일부 용어를 바꾼 것 외에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왕 성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나는 수녀원에 입회한 후 도레미부터 시작,오르간을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만난 나는 오르간 치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오르간을 가르쳐 주던 수녀가 내게 오르간을 치는 소질이 없다고 지적하였고, 이후 나는 수련소에 있는 몇 년 동안 오르간 치는 것을 본의 아니게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수녀가 된 뒤 나는 다시 오르간을 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필요한 경우에 전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공동체 전례에 도움울 주기에 나는 기쁘고 공동체도 좋아하고 있다.

 누구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이 교회 공동체를 위해 쓰여진다면 이보다 더 큰 나눔이 있을까? 그런 뜻에서 멀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성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렇게 될 때 빵을 떼고 나누는 성찬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아닐까? 만일 우리가 나눔과 친교, 일치를 머리로만 알고 살려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활력이 없고 김 빠진 맥주와도 같이 될 것이다. 성찬의 참된 의미는 우리가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씀과 삶이 하나였던 예수는 하느님나라 소식만 듣는다고 배고픔이 해결되는게 아니므로,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당신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가는 백성들이 허기질까봐 빵으로 배불리 먹이신다.

오, 감탄할 은혜로움이여!

주님, 당신은 우리의 믿음을 뜨겁게 하시고자, 또 우리를 살리시고자 매일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당신은 친히 생명의 빵이 되셔서 우리를 먹이십니다.

우리도 당신께서 보여주신 기적의 이치를 깨달아, 당신 사랑의 기적을 이 땅에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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