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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 제20주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17 조회수1,350 추천수7 반대(0) 신고

◎ 2003년 8월 17일 (일) - 연중 제20주일

 

[오늘의 복음]  요한 6,51-58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52) 유다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서로 따졌다.

53)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54)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57)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58)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 간 그런 빵이 아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Alter Christus - 또 하나의 그리스도

 

  연중 제20주일의 오늘 복음(요한 6,51-58)은 지난 연중 제19주일의 복음(요한 6,41-51)에 연결된 부분이다. 참고로 오늘 복음은 부활 제3주 금요일의 복음(6,52-59)과도 같다. 생명의 빵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빵이다" 라고 하신 말씀이 못마땅해서 웅성거리더니(41절), 오늘 복음에서는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51절) 라는 말씀 때문에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면서 서로 따지기 시작한다.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52절) 성서의 기록에는 없지만 이 구절 다음에 "우리가 무슨 식인종이란 말인가?" 라는 한 마디를 덧붙여 우리들 사고의 지평을 넓혀보자. 식인종(食人種)이란 사람을 잡아먹는 풍습이 있는 미개인종(未開人種)을 일컫는 말로서 카니발리즘(cannibalism)을 뜻한다.

 

  우리는 통상 인육(人肉)을 음식(飮食)으로 먹는 개화(開化)가 덜된 인종들을 식인종이라고 알고 있다. 식인종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도 많다. 우스개 소리로 식인종들 사이에는 비행기가 통조림으로, 기차가 김밥으로 통한다. 식인종 부인이 아이를 출산하고는 남편에게 "식기 전에 드세요" 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하여간 왜 식인종들은 인육을 음식으로 먹었을까? 일용할 양식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적대자나 원수를 잡아죽인 다음 인육을 취하여 먹음으로써 그들에 대한 적개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했던 것일까? 카니발리즘(cannibalism)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자. 인류문화사 계통의 학자들은 오랜 옛날부터 세계 각지에서 이런 풍습이 행해진 것으로 추정한다. 미개한 인종들 사이에서 굶주림이나 복수, 종교의례나 효행 등의 이유에서였다고 하나, 비교적 높은 문화수준을 가진 종족에서도 가끔 제례의식과 관련하여 행해진 흔적이 있다. 카니발리즘은 대략 뉴기니 내륙지방,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수마트라의 바타쿠족, 남북아메리카의 여러 부족, 북극지방의 에스키모 등지의 역사에서 발견된다. 지역에 따라서 인육은 굶주림 때문에 실제로 음식이 되기도 하였고(북극지방 에스키모), 식품의 일종으로 간주되어 시장에서 매매되기도 하였으며(바타쿠족), 멜라네시아에서는 동물의 고기와 같이 취급되기도 하였다.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의례적 살인과 식인(食人)은 종종 사술(邪術)이나 요술(妖術)의 관행과 결부되었고, 병자(病者)가 그의 친족에 의하여 잡아먹히는 수도 있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경우에는 승자(勝者)가 싸움에서 죽인 자의 살을 베어 승리의 축하잔치에 썼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일부에서는 영혼(靈魂)을 배당 받기 위해 죽은 사람의 인육(人肉)을 먹고, 그 뼈를 보존하는 풍습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종교·의례적인 의미에서 사자(死者)의 특정 부분 또는 내장 부분을 먹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먹은 사람은 사자의 영혼과 힘을 얻는다는 생각이 학자들의 통설(通說)이다. 결국 카니발리즘은 사자(死者)의 영혼(정신)과 힘을 이어받고자 자민(子民) 보호적 차원에서 행해진 종교적 관행이라는 말이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밀림 한 가운데서 맹수나 적대자로부터 부족을 지키던 한 용사(勇士)가 목숨을 바쳐 죽었을 때, 그의 시체를 둘러싸고 부족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종교적 의례를 거행하였을 것은 매우 있을법한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 다음 용사가 죽은 용사의 인육을 취하여 먹음으로써 그의 부족을 위한 정신과 힘을 이어받는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살이 우리 육신(肉身)을 위한 양식이 되든, 영혼(靈魂)을 위한 양식이 되든 간에 예수께서 자기 살을 먹으라고 내어주시는 행위는 카니발리즘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다인들의 불평에도 아랑곳없이 예수님의 가르침은 강행된다. 예수께서는 당신께 대한 믿음을 요구하실 뿐 아니라, 더욱 더 강하게 당신 몸을 먹고, 당신 피를 마실 것을 강조하신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양식이 되는 살뿐 아니라 음료로 자신의 피까지도 내어 주신다.(55절) 이로써 예수께서는 자신의 전부(全部)를 주시는 것이다. 예수께서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예수를(나를) 먹는 사람도 예수의 힘으로 살 것이다.(56절)

 

  예수님의 가르침이 알아듣기에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예수님의 언변이 사람들에게는 괴변(怪變)으로 들렸을지 몰라도 그분이 쓰신 문장은 간단하고 명확하며, 거짓이 아니라 진리이다.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빵은 바로 당신 살이며, 음료는 바로 당신 피다. 즉 자기 생명을 세상을 위해 주겠다는 것이다. 예수의 살을 먹고 그의 피를 마시는 것은 단순한 믿음이나 상징적 행위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그분을 먹고 마심으로써 그분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살아가며, 세상 안에서 "또 하나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가 되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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