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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 베르나르도)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08-20 조회수1,666 추천수15 반대(0) 신고

◎ 2003년 8월 20일 (수) -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 성 베르나르도(1090-1153) 아빠스

 

  성 베르나르도는 1090년경 프랑스의 디종 근처에서 태어났다. 성인은 1112년 30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토(Citeaux) 개혁수도회에 입회한다. 시토 개혁수도회는 베네딕토수도회의 원시수도규칙을 더 엄중하게 적용하자는 시도로 1098년 로베르투스에 의해 창설되었다. 1115년 클레르보(Clairvaux)에 파견되어 이곳에 수도회를 세우고 아빠스가 된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베르나르도의 지칠 줄 모르는 설교와 모범적 덕행에 힘입어 70여 개의 시토수도회가 잇달아 설립된다. 그의 훌륭한 설교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으며, 그의 설교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적 성품에 감동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였고, 신학과 영성생활에 관한 저서도 여럿 남겼다. 물론 생애에 많은 어려움과 실패와 육체적 고통도 있었으나, 이것들은 베르나르도의 내적 성숙을 도왔다. 그는 1153년 8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1174년 교황 알렉산더 3세에 의해 시성되었고, 비오 8세 교황은 1830년 성인을 교회학자로 선포하였다.

 

[오늘의 복음]  마태 20,1-16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포도원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얻으려고 이른 아침에 나갔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품삯을 돈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그들을 포도원으로 보냈다. 3) 아홉 시쯤에 다시 나가서 장터에 할 일 없이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4) ’당신들도 내 포도원에 가서 일하시오. 그러면 일한 만큼 품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도 일하러 갔다. 주인은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오후 다섯 시쯤에 다시 나가 보니 할 일 없이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어서 ’왜 당신들은 하루 종일 이렇게 빈둥거리며 서 있기만 하오?’ 하고 물었다. 7) 그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주인은 ’당신들도 내 포도원으로 가서 일하시오’ 하고 말하였다.

8) 날이 저물자 포도원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사람들에게까지 차례로 품삯을 치르시오’ 하고 일렀다. 9)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일꾼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았다. 10) 그런데 맨 처음부터 일한 사람들은 품삯을 더 많이 받으려니 했지만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밖에 받지 못하였다. 11) 그들은 돈을 받아 들고 주인에게 투덜거리며 12)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하고 따졌다. 13) 그러자 주인은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보고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나와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지 않았소? 14) 당신의 품삯이나 가지고 가시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 만큼의 삯을 주기로 한 것이오. 15)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16) 이와 같이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양(量)과 질(質)의 차이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단독으로 전해주는 "포도원 일꾼의 비유"이다.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비유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상경하시는 길에)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하늘나라에 관한 것이다. 오늘 복음의 "포도원 일꾼의 비유"가 지난 월, 화요일의 복음이었던 "부자청년의 추종거부 이야기"(19,16-22)와 "부자의 구원불가능 단언"(19,23-26)과 "예수추종의 보상에 관한 대담"(19,27-30)에 이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것은 마태오가 앞서간 예수님의 가르침을 요약하는 뜻으로 오늘의 비유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것이다"(19,30)는 말을 오늘 마태오가 단독으로 전하는 비유의 끝(20,16)에 되풀이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종말에 이르러 하느님나라가 서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약간의 서열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변화, 즉 처음과 끝이 뒤바뀌는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초기 교회 안에 상당히 짙게 깔려있던 생각이었다. 이는 마치 유행어와도 같은 것이었다.(마르 9,35; 10,31; 마태 19,30; 20,16; 루가 13,30) 그러나 이러한 처음과 끝의 뒤바뀜은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생각이다. 예수께서 친히 이 말을 발설(發說)하셨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생각은 사람들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비교적 사회의 피지배계층과 소외계층이 예수를 추종하였기에 그 추종의 대가로 이런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 생각의 참뜻은 오늘 비유에 담겨있다.

 

  오늘 비유는 하늘나라에 관한 은유법(隱喩法)이기는 하지만 비유 자체로도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된다. 포도원은 하늘나라요, 장터에 일꾼을 찾아나가시는 분은 포도원의 주인인 하느님이시다. 포도원에서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약속 받고 일하는 일꾼들은 하느님의 백성들이다. 마태오가 포도원 주인이 장터에 나가 일꾼들을 불러 일을 시키는 시간을 아침 6시, 9시,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로 구분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마태오가 제시하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구분이다. 각 시간대(時間帶)의 순서는 곧 구약의 선택받은 백성들, 즉 백성의 원로들과 지도자들, 대사제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일반 서민들, 그리고 신약의 새로운 백성들, 즉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소외 받은 사람들, 죄인으로 취급받던 세리와 창녀들의 순서로 볼 수 있다. 이같이 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하느님나라에 초대받았다는 것이다.

 

  비유 속에서 보듯이 포도원 주인의 후한 처사에 대하여 처음부터 일하던 일꾼들의 불평은 당연하다. 그것은 인간의 머리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품삯이 한 데나리온으로 약속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중에 온 일꾼이 일찍 온 자기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배아프다못해 신경질 나는 일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산법은 다르다. 하느님의 계산법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의 상식(常識) 완전히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산이다.

 

  오늘 비유는 두 가지 교훈을 담고 있다. 첫째는 하느님 나라에 세상의 모든 사람이 초대를 받았으며, 초대받은 사람은 모두가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다. 꼴찌로 초대받은 세리와 창녀들에 대한 하느님의 후한 처사에 먼저 초대받은 사람들의 심기(心氣)가 불편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하느님의 계산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대접이라고 해서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그곳에 두 번째 교훈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대접이지만 그 내용은 다르다. 품삯의 양(量)은 같지만 그 질(質)은 다르다. 아침부터 일한 사람의 한 데나리온 속에는 하루종일 흘린 땀과 정성이 베어있다는 것이다. 늦게 왔는데도 같이 주어진 품삯의 가치는 처음 것과 다르다는 말이다. 많은 수고 없이 주어진 품삯은 같은 액수라 할지라도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다. 이는 양만 많으면 좋아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경종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같은 양이라 할지라도 받는 사람에 따라 그 내적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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