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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연중28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14 조회수1,562 추천수17 반대(0) 신고

◎ 2003년 10월 14일 (화) -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 성 갈리스토 1세 교황 (217-222) 순교자 기념

 

[오늘의 복음]  루가 11,37-41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다 깨끗해질 것이다.>

 

  37) 예수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어느 바리사이파 사람의 저녁 초대를 받아 그 집에 들어가 식탁에 앉으셨다. 38) 그런데 예수께서 손씻는 의식을 치르지 않고 음식을 잡수시는 것을 보고 그 바리사이파 사람은 깜짝 놀랐다. 39) 그래서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닦아 놓지만 속에는 착취와 사악이 가득 차 있다. 40)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겉을 만드신 분이 속도 만드신 것을 모르느냐? 41) 그릇 속에 담긴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다 깨끗해질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내 양식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인가?

 

  시간이 갈수록 예수님의 목소리가 격앙(激昻)되어 가고, 격앙된 목소리는 가르침의 비중과 비례한다. 이제 루가복음에서도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단도직입적인 책망과 불행선언이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루가 11,37-54) 이 대목에서 예수께서는 백성들의 지도자로 위치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과 표리부동함을 경계하고 책망하시면서, 그것 때문에 그들이 불행과 화를 입게될 것임을 예고하신다. 마태오도 복음의 23장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불행선언의 서막(序幕) 역할을 담당한다. 장소는 어느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이다.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 그 집에 들어가 식탁에 앉으신다.(37절)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식사초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루가 7,36; 14,1) 그분은 세리와 죄인과도 함께 식사를 하셨다.(루가 5,29-30) 문제는 예수께서 손을 씻는 예식을 치르지 않고 음식을 드신 데서 발생한다. 호스트인 바리사이파 사람은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38절) 다소 과장된 반응인 듯하지만 그가 놀란 만큼 예수님의 말씀도 단호하다: "너희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닦아 놓지만 속에는 착취와 사악이 가득 차 있다"(39절)는 것이다.

 

  마태오복음은 "잔과 접시의 겉만은 깨끗이 닦아 놓지만 그 속에는 착취와 탐욕이 가득 차 있다"는 부분을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다섯 번째 불행선언(마태 23,25-26)의 범주에 넣어 다루고 있는 반면, 루가는 이 대목을 불행선언을 위한 서막으로 다루고 있다. 마태오는 여기서 "이 눈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먼저 잔 속을 깨끗이 닦아라. 그래야 겉도 깨끗하여 질 것이다" 라는 말을 붙여 외적인 정결보다 내적인 정결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루가는 그릇 속에 들어 있는 내용물에 더 관심을 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루가가 의도적으로 개작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통상 맨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유다의 풍속을 감안하면, 식사 전에 손을 씻는 일은 위생상으로도 꼭 필요한 것인데, 유다교는 이를 정결예식에다 묶어 꼭 치러야 하는 규정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규정의 참뜻은 손, 접시, 잔, 항아리 등을 씻어 겉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속까지 깨끗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까지 보시는 예수님의 눈에 그들의 속은 착취와 사악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즉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먹기 위해 잘 닦은 그릇 속에 담긴 음식은 그릇의 정결함과는 달리 부정함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이다. 담겨진 음식이 깨끗해야 잘 닦은 그릇도 빛나는 법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마음속이 더럽다면 겉으로 보이는 행세가 아무리 옳고 멋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거짓이 되고 위선이 되고 마는 것이다. 착취와 사악으로 가득 찬 마음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자선과 봉사로 정결함을 되찾을 수 있을 뿐이다.(41절) 하느님의 눈에 이것 말고 다른 정결함의 방법은 없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함은 유다교의 율법이 규정하기 이전에 위생상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이다. 즉,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이 나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인지를 살피는 일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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