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하고 싶어도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25 조회수1,530 추천수9 반대(0) 신고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신용카드 배달원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문을 열어주자 현관을 들어서며 하는 첫 마디가 이 집 고상은 특이

하다는 말에 천주교 신자임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일이 끝난

후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에 잠깐 들려 준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마음 착한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서 집도 날리고 사업도 부진해 자매가

생활전선에 나선지 십 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자기는 시간에 쫒기다보니 7년을 냉담을 하다시피 했는데 남편은 변함

없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지금은 교회에 봉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이런 남편의 기도 덕분에 아이들도 모두 잘 자라서 큰

아이는 취직을 했고 두 아이는 아직 재학 중이라 졸업을 할 때 까지는

자매가 일을 계속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관 문을 나서며

" 나도 성당에 열심히 나가야 할텐데 지금은 겨우 주일미사만..." 하고

말끝을 흐리며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습니다. 낮에 소공체 모임을 하고 자매들과 점심까지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터라 그녀의 말이 더 가슴 아리게 여운을 남겼는지 모릅니다.

 

자매를 보내고 현관 문을 닫으니 갑자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방황

속에서... 하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빡빡한 생활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신앙생활을 안타까워하는 자매들이 있다는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회개는 자기가 살아 온 연륜만큼 자란 나무의 가지처럼

인생의 가지가지에 걸려 오늘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을 전하며 열심히 살라고 허락하신 시간들을 허송

세월한 것도 죄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는데 쫒겨 봉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온갖 쾌락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듣고, 너무 많은 것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덮어 놓고 살아서 그렇지 회개를 하자면 며칠을 눈이 붓도록 울어도

시원치 않을 일입니다. 그런데 어쩌자고 겉도는 고해성사만 일 삼는지

이 또한 죄가 되어 저를 누를 때가 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회개하라"

고 외치시는 그 말씀속에 저에게 하시는 질책이 바로 이런 회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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