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원더풀, 아빠의 청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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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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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3-10-27 | 조회수1,881 | 추천수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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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7일 월요일 독서 우리는 그 성령에 힘입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로마서 8, 15
제 어머니께서 제 어린 조카들이 유아기였을 때 자주 매일 미사에 데리고 다니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서 너살, 두 살 정도 밖에 안된 이 꼬맹이들이 유아방에서 떠들고 돌아다닌줄만 알았는데 글쎄, 깜찍하게도 어른들이 미사보를 쓰고 두 손을 합장한 체 기도드리는 모습들을 보고 어느날 부터 집에서 놀다가 "기도하는 놀이"를 흉내내기 시작하더랍니다. 방에 있는 아무 수건이나 천 조각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눈을 감고서 또 두 손을 꼬옥 합장하고서 뭐라고 나직히 중얼 중얼 하면서 기도를 하는 데 저희 어머니께서 주의 깊게 들어 보셨더니 아마도 주 기도문 같은데..그냥 중얼 중얼하다가..하늘..아빠, 아빠...주세요..주세요!!!라고 "자기들만의 주 기도문"을 드리더랍니다. "하늘 아빠"는 어디에 계셔? 하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벽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키고, 그냥 "땅 아빠"는 어디에 계셔? 하고 물으면 저기에...하면서 문 밖을 가리키곤 하더랍니다. 주께서 어린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주를 찬양하게 하시리라는(마태오 21, 16) 말씀처럼 아직 언어를 다 습득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하늘 아빠라는 기도 놀이는 얼마나 순수하고도 자연적인 기도인지요. 빈말이나 미사 여구 또는 지나친 요구와 갈망으로 가득 찬 어른들의 기도보다는 "하늘 아빠..아빠...주세요! 주세요!라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갈망이 담긴 기도에 주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그래, 무얼 줄까?...이쁜 얼굴과 이쁜 마음을 줄께.. 세실리아, 미카엘 이쁘게 자라거라. 숙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두 눈을 꼬옥 감고 두 손을 모으고 하늘 아빠께 기도하는 거 잊어버리지 말구..에구..이쁜 것들!.." 하시면서 볼기짝을 철석 철석 두드려 주셨을 거예요. 저는 그 때 제 어린 조카들의 기도놀이를 보면서 신앙은 지식 습득에 앞서 신앙의 행위로써 미리 체험되어진다는 걸 새삼 느꼈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 늘 묵주 기도 하시는 모습들을 보고 성모 신심에 대한 교리나 지식을 습득하기 이전에 미리 성모님에 대한 사랑을 배웠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좋으신 아빠, 아버지! 늘 제 마음이 불필요한 누룩들로 부풀려져 "아빠"하고 당신을 부르며 당신 품안에 뛰어들기가 힘겨워지고 쑥스러워지더라도 가장 어린애다운 단순한 언어와 단순한 마음으로 늘 당신께 돌아서게 하시고 매 순간 제가 당신의 귀한 자녀임을 잊지 않게 해 주소서. 그리고 오늘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 역시 당신의 고귀한 자녀임을 그들의 작은 몸짓, 작은 언어들속에서 늘 발견하게 해 주소서.
우리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신뢰 할 때 우리는 "제게 이것을 주십시오." 또는 "제게서 이것을 가져가십시오."하고 기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도할 때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아버지"를 매순간 신뢰한다. 그분은 지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사랑을 능가하는 사랑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베풀어 주신다. 송봉모 토마스 신부님의 <일상도의 하느님 중 니느베 이사악의 글>
오늘도 은혜로운 하루 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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