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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가롤로 보로메오)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04 조회수1,782 추천수15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4일 (화) -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1538-1584)

 

  사제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신학생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는 것은 성덕(聖德), 지덕(知德), 체덕(體德)의 세 가지 덕목이다. 이는 곧 3S, 거룩함(Sanctitas)과 학문(Scientia)과 건강(Sanitas)을 말한다. 모든 신학생들은 이를 연마하여 사제로 양성된다. 그러나 정작 사제가 되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랑실천과 봉사를 의미하는 애덕(愛德)이다. 그런데 이런 덕목들을 배우는 과정의 신학교를 거치지 않고 외삼촌 빽으로 먼저 추기경이 되었다가, 나중에 사제가, 그리고 밀라노의 대주교로 승품된 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가롤로 보로메오 성인이다. 그러나 가롤로 성인은 사제양성과정을 마친 어느 누구보다 이를 다 갖춘 사제였다.

 

  가롤로 보로메오는 1538년 롬바르디아의 아로나에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파비아에서 민법과 교회법 학위를 받은 가롤로는 1559년 교황 비오 4세로 선출된 외삼촌에 의해 21살의 나이로 부제 추기경에 임명되어 밀라노 대교구의 행정관으로 일하게 된다. 뛰어난 지식수준을 인정받은 그는 바티칸과 관련된 중요 임무를 맡게 되었고, 나중에는 교황령의 행정을 전담하는 국무성 장관에 임명된다. 갑작스런 형의 죽음으로 부모 친지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았으나, 1563년 사제서품과 주교서품을 잇따라 받고 밀라노의 주교가 된다. 그러나 가롤로 주교는 밀라노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였다. 그것은 교회의 내적 쇄신에 대한 그의 불타는 열정 때문이었다. 1530년 종교개혁이후 교회는 안팎으로 피폐해 있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1545년에 개최된 트리엔트공의회도 1549년에 중단되었고, 1551년에 재개하였다가 다시 1552년에 중단된 채 속수무책이었다. 교회역사 속에 하나의 공의회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여러 차례 중단된 것을 보면 당시 교회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1562년 1월에 이 공의회를 재개하여 1963년 3월에 종결하는데 성인의 역할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여러 번 무산될 위기의 공의회를 지속시키고, 마지막 단계의 모든 업무를 도맡아 주도했던 성인은 폐회 후에도 교황 옆에서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 1566년 비로소 밀라노 대교구의 주교로 그의 모든 시간을 바치는 것이 허용되었다.

 

  가롤로 대주교는 기도하고 일하면서 공의회의 정신과 결의를 신앙생활의 모든 면에 적용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는 교회 안의 나쁜 관습을 과감히 폐기하고, 교구시노드 개최, 신학교 설립, 소속교회 방문 등을 통해 성직자, 수도자, 사목자들의 우선적인 회개와 쇄신을 강조하였다. 특히 병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애덕실천은 끝이 없었다. 성인은 스스로 좋은 표양을 보이는데 앞장섰으며, 수입의 대부분을 자선 사업에 충당했고, 모든 사치를 피하며 자신에 대해 엄한 보속을 했다. 그는 자신의 부귀와 명예, 존경과 영향력을 희생한 성인이었다. 1576년 전 유럽을 휩쓴 페스트 속에서 도시의 관리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갔지만 성인은 홀로 남아 빚까지 내어 매일 수만 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먹여 살리려고 애썼다.

 

  성인은 1584년 몬테 바랄로에서 가진 피정에서 밀라노로 돌아온 직후 4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결코 체덕이 모자라 허약한 성인이 아니었던 가롤로 주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애덕실천에 바쳤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에 바친 것이다.

 

 

[오늘의 복음]  루가 14,15-24

<길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을 불러들여 내 집을 가득 채워라.>

 

  15) 같이 앉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이 말씀을 듣고 "하느님 나라에서 잔치 자리에 앉을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16)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17) 잔치 시간이 되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자기 종을 보내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오라고 전하였다. 18)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을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 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19)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으며, 20)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21) 심부름 갔던 종이 돌아 와서 주인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집주인은 대단히 노하여 그 종더러 ’어서 동네로 가서 한길과 골목을 다니며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 절름발이들을 이리로 데려 오너라’ 하고 명령하였다. 22) 얼마 뒤에 종이 돌아 와서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고 말하니, 23) 주인은 다시 종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러며 어서 나가서 길거리나 울타리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도록 하여라. 24) 잘 들어라. 처음에 초대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내 잔치에 참여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초대명단에 새겨진 내 이름

 

  오늘 복음을 어제 복음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자. 우선 하느님께서 당신 나라의 잔칫상에 실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때가 되자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세상에 파견하여 초대받은 사람들의 응답을 묻게 하신다. 여기서 응답은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잔치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제각기 핑계를 대며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서의 핑계란 예수님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초대명단에 없는 자들을 마구 초대한다. 이렇게 하여 초대받은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실천한 의인(義人)들이다.

 

  오늘 복음으로 생각을 집중시켜보자.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시는지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예화이다. 주인이 잔치를 준비하고 종들을 시켜 세 번씩이나 사람들을 초대한다. 첫 번째 초대는 애당초 초대명단에 들어 있던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17-20절) 두 번째 초대는 처음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모두 거절한 결과로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 절름발이들을 향한 것이다.(21절) 세 번째 초대는 그래도 넉넉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 강제와 무작위로 선발된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22-23절) 예화의 결말은 잔칫상에 처음 초대명단에 들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예수님과 한 식탁에서 음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다.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초대받는다는 것은 보상 아닌 보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렇다고 이 선물을 필히 마지막에 가서 받는 선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 깔린 것이 하느님의 선물이다. 특히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매일같이 수많은 선물에 초대된다. 그 중에서 잔치에의 초대선물은 매일미사이며, 가장 큰 초대선물은 주일미사이다. 미사는 곧 어린양의 잔치로서 미구에 하느님 나라에서 벌어지는 천상 예루살렘 잔치의 선취(先取)이다. 이 잔치의 초대장에 우리 각자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일 저 일 등을 핑계로 초대를 거부할 것인가?◆[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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