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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마리아 자헌 기념)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21 조회수1,529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21일 (금)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오늘 축일은 543년경 예루살렘 성전 가까이에 세워진 성모성당의 봉헌을 기념한 날로서 동방교회가 먼저 마리아의 축일로 지냈다. 이 축일의 본래 뜻은 요아킴과 안나에 의해 아기 마리아가 성전에 봉헌되어, 그 후 어린 시절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자헌(自獻)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물론 마리아의 성전봉헌 및 자헌에 대한 성서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신약성서 외경(外經)에 속하는 야고보복음서가 그 근거를 제공한다. 서방교회는 처음부터 이 축일을 거절하였으나, 1472년 교황 식스토 4세가 이를 도입하여 기념하도록 하였다. 그것은 아기 마리아가 성전에 봉헌되어 자헌의 삶을 살았다는 사실보다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을 남김 없는 순명으로 받아들임으로써(루가 1,38), 하느님을 잉태하여 모신 거룩한 성전이 되었고, 이로써 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가 되었음을 선포하기 위함이었다. 하느님 성전으로의 마리아 자헌은 옛 예루살렘 성전의 완성이며, 신약 그리스도 교회의 모상(模像)이 된다. 유럽의 농부들은 오늘 축일의 날씨에 따라 다가올 겨울의 날씨를 예견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복음]  루가 19,45-48

<너희는 하느님의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45) 예수께서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 상인들을 쫓아내시며 "성서에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하고 나무라셨다. 46) 예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는데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48)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듣느라고 그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너희가 곧 성전이다.

 

  성도(聖都) 예루살렘의 불행과 멸망을 예고하신 예수께서는 곧바로 성전으로 가셔서 갖은 상혼(商魂)으로 더럽혀진 성전을 정화하신다. 예수님의 성전정화 사건은 4복음서 모두가 보도하고 있다.(마태 21,12-17; 마르 11,15-19; 요한 2,13-17) 그런데 루가는 원전이 될 마르코복음을 대폭 축소하였고, 정화의 시점도 예루살렘 입성 다음 날인 것을 입성 당일(當日)로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나 있듯이 루가는 예수님의 성전정화 사건을 원전(原典)에 비해 대폭 축소하여 보도하면서, 타 복음서에 없는 성전 안에서는 가르침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도 "날마다 가르치셨다"고 한다. 우리가 예수님의 성전정화와 성전활동 사건을 함께 묶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예수께서는 참으로 먼 길을 오셨다.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사마리아를 둘러, 베레아, 유다지방을 거쳐 예루살렘에 도착한 장도(長途)의 목적은 바로 성전이다. 예루살렘에 입성한 당일(當日), 곧바로 상인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린 성전을 정화하신 이유는 성전이 예수님의 집이기 때문이다.(루가 2,49)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을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성전, 바로 그 집에 예수께서 드디어 도착하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더럽혀진 성전이 상인들을 쫓아내는 것만으로 다시 성화(聖化)되는 것은 아니다. 성화는 기도로 이루어진다. 예수님의 현존과 말씀을 통하여 성전은 자신의 잃어버린 거룩함을 다시 찾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예수께서 계시는 동안은 가능하다. 그런 다음에는 예수님 스스로가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신약의 새로운 성전이요 하느님의 집이 되실 것이다.

 

  성전은 웅장한 벽돌과 아름다운 치장으로 하느님이 집이 되지는 못한다. 하느님께 드리기 위해 제단에 바쳐진 값나가는 제물이 성전을 하느님의 집이 되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현존을 체험하려 모여든 공동체가 곧 하느님의 집이며, 성전이다.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고린 3,17)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가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봉헌할 수 있도록 지어진 성전은 우리 공동체가 거룩해질 때 함께 거룩해지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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