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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녀 체칠리아)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22 조회수1,654 추천수16 반대(0) 신고

◎ 2003년 11월 22일 (토) -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200?-230?)

 

  1784년 천주교 전래이후 100년 동안 박해시대를 겪어야 했던 우리나라에 동정 순교자 성녀 체칠리아는 그녀의 고향인 로마에서만큼 잘 알려져 있는 성인 중의 한 사람이다. 음악인의 주보, 성녀 체칠리아! 정확한 기록은 아무 데도 없지만 사랑 받는 만큼 많은 전설이 성녀를 둘러싸고 있다. 로마의 고대 미술관에 소장된 카를로 사라체니의 작품(1610년경)에는 천사와 함께 비올라를 연주하는 성녀 체칠리아를 볼 수 있다. 워싱턴 국립미술관 소장, 오라찌오 젠틸레쉬와 죠반니 란프랑코가 1617년경 합작한 그림 한 폭에는 악보를 들고 있는 천사와 오르겔을 연주하는 성녀 체칠리아를 담고 있다. 이들 그림은 분명히 어떤 근거가 있을 것이다.

 

  200년경 로마의 이방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체칠리아는 어릴 적부터 예수를 믿었다. 후일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방인 발레리아노와 결혼하게 된 성녀는, 전설에 의하면, 자신의 결혼식에서 오르겔을 연주했다하고, 또는 악기에 맞춰 예수께 동정을 청원하는 노래를 불렀다고도 한다. 결혼 첫날밤 성녀가 남편에게 "동정을 지켜줄 천사가 내 속에 있다"고 말하자, 남편이 "천사를 보여주면 동정을 지켜줄 것"을 약속한다. 그 날 발레리아노는 꿈속에서 백발의 노인, 즉 당시 로마의 주교이자 교황 우르바노 1세(222-230)가 건네주는 황금 글자로 된 책을 받은 후, 주교에게 가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발레리아노는 체칠리아 옆에 서있는 천사를 직접 보게 되었고, 천사는 그들에게 백합과 장미의 관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 향기에 매료된 발레리아노의 동생 티부르티오도 세례를 받게 된다. 그때부터 두 형제는 순교한 그리스도인들의 주검을 거두어 장례를 치른다.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던 이 일을 용감히 해낸 두 형제는 감옥에서 간수까지 회개시키고 230년경 순교한다.

 

  성녀 체칠리아가 이 셋을 거두어 장례를 치른 일로 당시 로마장관 알마키오에게 잡혀가 끓는 물에 담겨졌으나, "시원하다"하며 말짱했다. 화가 치민 장관이 성녀의 목을 칼로 치게 했다. 세 번이나 칼로 목을 내리 쳤으나, 성녀는 3일을 더 살았다고 한다. 3일 동안 성녀는 가진 재산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였고, 이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우르바노 교황은 트라스테베레에 있는 성녀의 집을 성전으로 축성하였고, 시신을 로마의 칼리스토-카타콤바에 안치하였다. 545년 비질리우스 교황은 트라스테베레에 성녀 체칠리아 성전을 지어 봉헌하였고, 819년 파스칼리우스 1세 교황은 성녀의 유해를 찾아내어, 그 유해를 꿈속에 나타난 성녀의 지시를 받고 트라스테베레 성녀 체칠리아 성전에 안치하였다고 한다.

 

[오늘의 복음]  루가 20,27-40

<하느님은 죽은 자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하느님이시다.>

 

  27)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파 사람들 몇이 예수께 와서 물었다. 28) "선생님, 모세가 우리에게 정해 준 법에는 형이 결혼했다가 자녀 없이 죽으면 그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형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29) 그런데 칠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첫째가 아내를 얻어 살아가 자식 없이 죽어서 30) 둘째가 형수와 살고 31) 다음에 셋째가 또 형수와 살고 이렇게 하여 일곱 형제가 다 형수를 데리고 살았는데 모두 자식 없이 죽었습니다. 32) 나중에 그 여자도 죽었습니다. 33) 이렇게 칠 형제가 다 그 여자를 아내로 삼았었으니 부활 때 그 여자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습니까?"

34)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가지만 35)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저 세상에서 살 자격을 얻은 사람들은 장가드는 일도 없고 시집가는 일도 없다. 36) 그들은 천사들과 같아서 죽는 일도 없다. 또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37) 모세도 가시덤불 이야기에서 주님을 가리켜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이라고 불렀다. 이것으로 모세는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38)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죽은 자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의 하느님이시라는 뜻이다.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 것이다." 39) 이 말씀을 듣고 있던 율법학자 몇 사람은 "선생님, 옳은 말씀입니다" 하였고 40) 감히 그 이상 더 묻는 사람이 없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순수현재의 하느님

 

  예수님의 그리 길지 않을 예루살렘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복음에 아주 드물게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등장하고, 예수께서 이들과 함께 부활에 관하여 논쟁을 벌인다.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대항자로서 잘 알려진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기록된 율법, 즉 모세오경만을 받아들여 모세율법의 자구(字句)를 고집하였으므로, 바리사이들이 중시하는 구전(口傳)의 법(法)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의적(敎義的)으로는 영혼의 불멸이나 육체의 부활 및 천사와 영적 존재를 믿지 않았고(마르 12,18; 루가 20,17; 사도 23,18), 오직 부유한 평안만을 추구하였다. 실제로 사제(司祭)들을 포함한 부유층과 귀족계급들이 이에 속하였고(사도 4,1; 5,17), 로마인의 지배까지도 평화와 복지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하여 환영하였다. 따라서 예수에 대하여는 바리사이들보다 더 격한 증오를 표시하여 예수를 단죄하고 처형, 사도들을 박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실로 극단적인 예를 들어 예수를 곤욕에 빠뜨리려 하였다. 그들이 내세운 근거는 아들 없이 남편이 죽으면, 그의 아내가 남편의 형제와 결혼하여 대를 잇게 하는 수혼법(嫂婚法)이다.(신명 25,5-10; 창세 38,8) 그러나 사두가이들의 맹점은 내세(來世)를 이승의 연장으로 생각한 데 있다. 예수께서는 우선 죽은 후에 맞이할 새 세상이 이 세상의 연장이 아니라고 가르치신다. 실제로 일어날 일은 우리의 상상 밖이다. 내세란 현세의 모든 생명질서가 무너지고, 죽음 자체가 완전히 극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내세의 부활은 이승의 차원과 전혀 다른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생명에 하는 것이다.

 

  현세의 질서와 시간과 공간, 즉 물리(物理)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우리가 부활의 차원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에게는 시간과 공간의 영역이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져 있으나 하느님에게는 오직 현재의 시간과 공간만이 존재한다. 이를 일컬어 순수현재(pura praesentia)라고 한다. 그분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시작이 있다면 과거가 있는 것이고, 끝이 있다면 미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이 비록 죽어 과거의 인물이 되었더라도 그들의 하느님이시며, 죽은 이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느님이신 것이다.(출애 3,6)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 것이다."(38절) 하느님은 죽은 이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찬미를 받으신다. 즉 죽은 이들은 하느님을 섬길 수 없으며, 오직 산 사람만이 하느님을 섬길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하느님을 섬기는 자는 살아 있는 것이며, 하느님을 섬기지 않는 자는 살아 있더라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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