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대림 제1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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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11-30 | 조회수1,842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 2003년 11월 30일 (일) - 대림 제1주일
[오늘의 복음] 루가 21,25-28.34-36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왔다.>
25) "그때가 되면 해와 달과 별에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지상에서는 사납게 날뛰는 바다 물결에 놀라 모든 민족이 불안에 떨 것이며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올 무서운 일을 내다보며 공포에 떨다가 기절하고 말 것이다. 모든 천체가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러나 그때에 사람들은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34)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날이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른다. 조심하여라. 35) 그날이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덫처럼 들이닥칠 것이다. 36) 그러므로 너희는 앞으로 닥쳐올 이 모든 일을 피하여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새로운 전례주년
오늘 대림 제1주일과 함께 교회는 새로운 한해의 전례주년을 시작한다. 전례주년의 기본적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공생활, 그리고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한 하느님의 인류구원역사를 "오늘", 그리고 "여기"에 재현하고 기념하는데 있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구원사건의 신비를 1년의 전례주년 안에서 시기별로 나누어 기념함으로써 구원사건의 신비를 재현하고 이에 신자들의 삶을 질서 지우고자 한다. 전례주년은 특히 시간(時間)과 장소(場所)의 성화(聖化)를 강조한다. 매년 반복되기에 지루한 감을 주기도 하지만, 전례주년은 하느님께서 전인류와 전역사에 베푸신 구원의 신비를 1년이라는 주기 속에서 바로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사건으로 체험함으로써, 신자들이 자신의 삶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찬미와 기쁨으로 아버지 하느님 앞에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이러한 전례주년의 신비 속에서 매번 그 사건(구원사건+성인축일)의 의미를 충분히 묵상하여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성화하여 이 세상과 인간의 구원을 위한 참다운 "성사(聖事)"로서의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전례주년의 중심은 예수님의 성탄과 부활사건이다. 그래서 주님성탄대축일과 주님부활대축일이 전례주년의 두 기둥이 된다. 교회는 12월 25일 성탄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4주간의 대림시기를 지내며, 그 다음 주님세례축일까지 성탄시기를 보낸다. 주님세례축일 다음 월요일부터 연중시기를 지내는데, 이는 대략 연중 제5∼7주간으로 중단된다. 그 이유는 주님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시기 때문이다. 부활대축일은 매년 "춘분(3월21일)이 지나 만월(음력 15일) 다음에 오는 첫 주일"로 정해진다. 당해의 부활대축일이 정해지면, 거꾸로 46일째 되는 날이 사순시기(총40일)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다. 이 기간 중 6번의 주일은 사순시기에서 제외된다. 주님부활대축일부터 부활시기가 시작되는데, 이는 주님승천대축일과 성령강림대축일까지 50일간 계속된다. 그 다음 월요일부터 사순시기로 말미암아 중단되었던 연중시기가 계속된다. 우리는 편리상 사순시기 이전의 연중시기를 연중시기(I), 부활시기 이후의 연중시기를 연중시기(2) 라고 한다. 연중시기(2)는 한해 전례주년의 마지막인 연중 제34주간으로 끝난다.
따라서 전례주년은 크게 대림시기-성탄시기-연중시기(1)-사순시기-성주간-부활시기-연중시기(2)로 구분되는 것이다. 전례주년의 모든 시기는 통상 그 날의 사건과 의미를 밝히는 특별전례와 함께 성체성사, 즉 미사로 기념된다. 미사는 "주일미사"와 "평일미사"로 구분되며, 그 미사의 중요성에 따라 "대축일미사", "축일미사", 또는 "기념미사"로 불리며, 모든 미사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구성된다. 특히 말씀전례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교회는 주일을 3년 주기 [가해-나해-다해]로 정하였고, 평일을 2년 주기 [홀수해-짝수해]로 정하였다. 이는 말씀전례의 독서와 복음을 지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따라서 모든 주일미사에는 3년을 주기로 같은 독서와 복음이 봉독되며, 가해는 마태오복음을, 나해는 마르코복음을, 다해는 루가복음을, 부활시기에는 요한복음을 위주로 선택하였다. 평일미사의 독서는 홀수해와 짝수해의 원칙을 따라 신·구약성서에서, 복음은 매년 같은 복음으로 봉독된다.
그러므로 오늘 대림 제1주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2004년 "다해"와 "짝수해"의 전례주년을 시작한 셈이다. 따라서 올해의 전례주년동안 우리는 부활시기와 특별한 대축일을 제외한 모든 주일미사에서 루가복음을 복음으로 묵상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전례주년은 매번 기다림과 준비로 특성화된 대림시기로 시작된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올 것에 대한 준비"를 말하며, 대림시기는 그 준비기간이다. 무엇이 온다는 것이며,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가? 교회가 말하는 대림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하느님의 이 땅에 "벌써 오심"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다. 즉 예수님의 성탄과 인자의 재림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후자에 관한 것으로써 "깨어 기도함"을 인자의 재림에 대한 준비과제로 제시한다.
"예수님의 성탄과 인자의 재림",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내포하고 있는 대림시기는 우리에게 과거지사의 성탄과 미래사건의 재림을 한꺼번에 묵상하도록 가르친다. 과거의 일과 미래의 일을 한꺼번에 현재의 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은 "하느님을 내 삶의 한가운데 현존시키는 것" 뿐이다. 매년 같은 일을 한다고 식상해서는 안 된다. 벌써 오셨던 하느님과 다시 오실 하느님은 한결같은 분이시나, 우리 자신이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분명 작년의 내가 아니며, 어제의 내가 아니다. 거울을 앞에 놓고 자신의 겉과 속을 비추어 보라. 분명히 나의 모습을 달라졌다. 우리는 성장했고, 변했다. 그래서 올해의 대림도 그만큼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부디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대림시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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