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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성모무염시태)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08 조회수2,242 추천수14 반대(0) 신고

◎ 2003년 12월 8일 (월) -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오늘의 복음]  루가 1,26-38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26)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27)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29)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31)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33)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34)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35)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37)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38)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나는 하자 없는 잉태로다"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다. 우선 오늘 대축일에 "한국 교회의 수호자"가 붙은 이유를 살펴보자. 1784년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된 이후 1831년 조선교구의 설정을 인가하고 수호성인으로 성요셉을 지정한 교황 그레고리오 16세(1831-1846)는 조선선교를 자원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주교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브뤼기에르 주교는 입국하지 못하고 북경에서 병사하였고, 제2대 교구장으로 엥베르 주교(1796-1839)가 임명되었다. 1837년 북경에서 주교품을 받고 조선으로 입국한 엥베르 주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조선교구의 공동수호자로 모실 수 있기를 교황청에 청원한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이 청을 받아들여 엥베르 주교가 순교한 후 1841년 8월 22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성요셉과 함께 조선교회의 공동 수호성인(Compatroni)으로 선포하였다.

 

  다음으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에 대하여 살펴보자. 우선 이 축일에 대한 생각이 마리아의 탄신축일에서 거꾸로 계산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신을 기념하는 축일은 동방교회에서 먼저 9월 8일로 지냈다. 이는 마리아가 탄생한 곳으로 여겨지는 예루살렘에 5세기말경 마리아 성당을 지어 봉헌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교회에서는 제84대 교황 세르지우스가 재임기간(687-701) 중에 "성모영보축일", "성모승천축일", "성모성탄축일", "마리아 빛의 축일" 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4대축일을 정하고 우선 로마교회를 중심으로 이를 경축하였다고 한다. 이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초대교회의 교의(敎義)와 신심에 근거한 것이었다.

 

  마리아의 탄생 장소와 일시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탄생은 분명히 있었고, 탄생이 있으면 잉태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마리아의 탄생 축일인 9월 8일에서 9개월을 거꾸로 계산한 12월 8일이 곧 성녀 안나가 마리아를 잉태한 날이 되는 것이다. 12월 25일 주님성탄대축일에서 9개월을 거꾸로 계산한 3월 25일이 주님탄생예고, 즉 주님의 잉태축일이 아닌가? 동방교회가 10세기경부터 12월 8일을 지정하여 "거룩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잉태 죽일"로 지냈고, 서방교회에서는 1100년 캔터베리의 안셀모 주교가 자기 교구에 이 축일을 도입하였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는 이를 로마 전례력에 도입하였고, 1708년 교황 클레멘스 9세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잉태"를 대축일로 전세계 교회에 선포하였고,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12월 8일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심"을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따라서 1855년부터 12월 8일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 된 셈이다. 그러나 개신교회와 동방교회는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이 잉태되심"에 대하여 교리상의 문제를 삼고 있다. 325년 니체아공의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Christotokos)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란 칭호를 드린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므로 마리아는 당연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는 것이다. 후일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가 잉태의 순간에 원죄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은 신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1854년 12월 8일 위풍이 당당한 교황 비오 11세가 대미사를 마치고 선언문을 낭독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올 때 베드로 대성전 안에는 경외의 침묵이 흘렀다. "나는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잉태되신 첫 순간부터 원죄에 물듦이 없으심을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교의(敎義)로 확실히 선언하는 바이며, 이에 따라 모든 신자들은 이를 확실히 믿을 것을 선포한다..." 낭독을 마친 교황의 눈에서 기쁨과 경외의 눈물이 흘러내렸으며, 4만명의 목소리가 감사가 <테데움>을 노래했고, 로마의 모든 성당에서 종이 울렸으며, 그날 밤 로마는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바깥 사람들은 가톨릭교회의 "성모무염시태" 교의를 두고 좀 지나쳤다고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교의를 성모님 스스로가 추인(追認) 하셨다는 것이다. 그것은 1858년 2월 11일 루르드의 작은 동굴에서 일어난 성모님의 발현에서 시작된다. 성모님은 7월 16일까지 18번에 걸쳐 당시 14세의 소녀 베르나뎃타에게 발현하셨다. 3월 25일 성모영보축일, 12번째 발현한 성모님께 베르나뎃타가 "부인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침묵을 지키던 성모님은 소녀의 세 번째 물음에 "나는 하자 없는 잉태로다" 하고 대답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성모님 스스로가 4년 전에 선포된 "무염시태" 교의를 추인해 주신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성모님의 그 한마디 속에는 원죄(原罪)의 교리와 그리스도를 통한 강생구속 교리가 한꺼번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원죄를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성모님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교의는 결코 마리아를 인간으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다. 마리아 또한 분명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그녀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믿음이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모두가 불가능하게 여기는 엄청난 "성령으로 말미암은 하느님의 잉태"를 가능하다고 믿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주님의 종이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몸에 품어 하느님께 인간의 생명을 선사한 마리아는 그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마리아의 이 엄청난 은총에 동참한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품위를 높여주시기 위해 스스로 인간 되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신 하느님 스스로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마리아와 함께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하고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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