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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12월 18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18 조회수2,016 추천수15 반대(0) 신고

◎ 2003년 12월 18일 (목) - 대림 제3주간 목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1,18-24

<다윗의 후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예수 탄생하시리라.>

 

  18)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신 경위는 이러하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을 하고 같이 살기 전에 잉태한 것이 드러났다. 그 잉태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20) 요셉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주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어라. 그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예수는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22) 이 모든 일로써 주께서 예언자를 시켜,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의 천사가 일러 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천사와 요셉의 거래

 

  마태오복음 1-2장은 예수님의 공생활(가르침과 행적)을 소개하기에 앞서 비교적 먼 과거의 이야기를 엮어만든 전사(前史)에 속한다. 이러한 전사는 루가복음(1-2장)에도 있다. 둘 다 원전(原典)이 될 마르코복음과 예수어록에 없는 전승들과 각자 고유의 자료들을 토대로 전사를 엮었을 것이다. 루가복음의 전사(前史)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성장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세례자 요한을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닦는 선구자로 암시한다. 아울러 루가는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탄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즈가리야, 엘리사벳, 마리아, 요셉, 목동들, 그리고 예언자 시므온과 안나 등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서술도 포함시켰다. 이와는 달리 마태오는 예수님 단 한 분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예수의 족보, 예수그리스도의 탄생경위, 동방박사들의 방문, 헤로데 대왕의 베들레헴 아기학살, 이집트 피난, 그리고 성가정의 나자렛 정착에 관한 이야기를 위주로 전사(前史)를 엮었다.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러한 전사(前史)들이 예수의 생애 시초와 어린 시절에 대한 확실한 사실을 근거로 엮어진 기록들이 아니라 예수의 정체성과 그 의미를 밝히려는 신학적인 서술이라는 것이다. 즉, 인류구원을 위하여 죽음을 불사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교회의 신뢰와 신앙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사가 마구 지어낸 이야기라는 말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사가 사실과 달라야 하는 법도 없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경위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물론 있었던 그대로의 사실을 설명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의 족보를 소개한 마태오가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마태오가 저술한 복음서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가? 전자(前者)는 인간의 이름이요, 후자(後者)는 하느님의 이름이다. 즉, 예수는 인간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이기 위해서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다윗의 자손"이어야 하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이어야 한다. 마태오는 다윗의 후손인 요셉을 예수의 합법적인 아버지로 서술함으로써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 되게 하였다. 마태오는 예수의 공생활 중에 "다윗의 자손"이라는 칭호를 예수께 8번이나 더 부여한다.(마태 9,27; 12,23; 15,22; 21,9.15 등) 그러나 "다윗의 자손"이라는 칭호만으로 예수님의 정체성을 다 밝혔다고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임을 밝히는 일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 일은 하느님께서 스스로 추진하신다. 그것이 바로 "동정녀의 잉태"(이사 7,14), 즉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이다.(18절)

 

  루가복음은 예수의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를 하느님의 계획과 이 계획에 대한 동정녀 마리아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짐을 시사하고 있다.(루가 1,26-38) 또한 루가는 마리아의 합법적인 남편 요셉을 두세 번 언급할 뿐 전적으로 배경에 머물게 한다.(1,27; 3,23) 그러나 마태오는 요셉과 약혼한 동정녀 마리아의 성령으로 말미암은 잉태에 관한 사실은 간단하게만 밝히고, 오히려 요셉을 부각시킨다. 마리아의 잉태가 자신과 무관한 사실을 알았을 때 요셉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이 점은 상상에 맡기겠다. 복음은 요셉이 법대로 사는 사람이었으나, 마리아를 법대로(신명 22,20-21) 다루지 않고 자비로이 선처(善處)하려 하였음을 시사한다. 이 때 하느님이 직접 개입하여 다윗의 후손인 요셉에게 사건의 정황을 설득시키고, 요셉은 이에 순명하여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요셉은 마리아가 낳은 아들에게 천사의 명대로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예수"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21절, 25절)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는 요셉의 합법적인 아들로서 다윗이 자손이 되었고, 동정녀를 통한 성령의 잉태로 하느님의 아들이 된 셈이다.

 

  오늘 복음에서 인간의 아들이요, 하느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이름이 있다. 바로 "임마누엘"이다.(23절)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마누엘"이라고 불린 적은 없다. "임마누엘"은 실상의 이름이라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를 밝히는 의미상의 이름이다. "임마누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과 하느님의 참다운 만남이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예수께서 저 바깥 마구간 구유에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하느님이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안에 구유를 만들어야 한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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