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대림 제4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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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3-12-21 | 조회수1,762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 2003년 12월 21일 (일) - 대림 제4주일
[오늘의 복음] 루가 1,39-45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39) 며칠 뒤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걸음을 서둘러 유다 산골에 있는 한 동네를 찾아가서 40) 즈가리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을 드렸다. 41)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42)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43)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44)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45)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놀라움과 기쁨의 상봉
루가복음 전사(前史)의 세 번째 단락에 해당하는 오늘 대림 제4주일의 복음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의 상봉장면을 전해준다. 두 어머니의 상봉은 동시에 예수와 요한의 첫 번째 내적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때는 가브리엘 천사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의 마리아를 찾아가 예수의 탄생을 예고한 후 며칠이 지났고,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지 6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마리아가 먼저 유다 산골에 살고 있던 엘리사벳을 찾아간 것이다. 루가는 엘리사벳이 살던 장소를 유다 산골이라 하지만, 통상 예루살렘 서쪽 6Km 지점에 있는 "에인카림"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곳에 제관들이 많이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 나자렛이 예루살렘 북쪽으로 1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을 감안한다면 나자렛에서 에인카림까지의 여정은 족히 3-4일 걸릴 길이었을 것이다. 마리아가 이 먼길을 서둘러 간 이유는 석녀(石女)였던 친척 엘리사벳이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천사로부터 전해들었기에(1,36) 문안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오늘 두 어머니의 상봉에서 중요한 점 두 가지만 짚어 보도록 하자. 첫째는 마리아가 먼저 엘리사벳을 찾아 나선 것이며, 둘째는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드린 칭송의 내용이다. 마리아가 메시아탄생의 예고를 전적으로 수용한 과정에는 두 가지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하나는 석녀(石女)였던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1,37)는 말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었다. 언뜻 보기에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간 이유를 사실확인의 차원이나, 연하(年下)의 위치에서 웃어른을 찾아뵈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하느님의 놀라운 은혜를 입은 기쁨을 공유(共有)하고 같은 처지를 나누려는 차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방문의 동기나 이유라기보다 마리아가 먼저 엘리사벳을 찾아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예수의 탄생예고(1,26-38)에서 보았듯이 하느님께서 먼저 마리아를 찾아갔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느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먼저 요한을 잉태한 엘리사벳을 찾아간 것이다. 이는 곧 메시아가 선구자를 찾아간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법이다. 그래서 마르코도 나중에 "그 무렵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요르단강으로 요한을 찾아와 세례를 받으셨다"(마르 1,9)고 했다.
마리아의 문안을 받은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미리 알았을 리는 없다. 문안의 순간에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로 알아보고 칭송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기 요한이 뛰놀았기 때문이고 성령을 가득히 받았기 때문이다.(41절) 약간의 억측을 부린다면, 마리아가 문안을 드리는 순간에 성령 하느님께서 뱃속의 요한을 시켜 이를 알려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외적인 만남은 곧 두 뱃속의 아기들끼리의 만남이며, 엘리사벳의 찬가는 예수께 대한 요한의 칭송인 셈이다. 마태오도 나중에 요르단강으로 요한을 찾아온 예수께 요한이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십니까?"(마태 3,14) 하고 말했다고 기록한다. 물론 엘리사벳의 칭송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에게도 같은 효력을 가진다.
오늘 마리아의 방문으로 이루어진 마리아와 엘리사벳 두 여인의 상봉! 이는 두 여인이 하느님으로부터 입은 자비와 은혜, 놀라움과 기쁨의 상봉이기도하다. 예수님의 성탄은 어디 바깥 마구간의 구유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아오시는 사건이며, 바로 내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상봉이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오늘 네 개의 촛불이 모두 밝혀진 대림환을 보면서 내 안에 구유를 마련하고, 오시는 하느님께 엘리사벳처럼 인사드릴 준비를 해야겠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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