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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사랑- 친정에 다녀와서(1)
작성자배순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22 조회수1,326 추천수9 반대(0) 신고

 

 


 


Love in Bible



이중섭, 길

 

 

 

 

 성서 속의 사랑 151- 친정에 다녀와서(1)

   
    역대기 하 2 Chronicles 7,3

 

    이렇게 불이 내려 오고 야훼의 위엄이 성전 위에 머무는 것을 보고 온 이스라엘 백성은 땅에 엎드려 예배하며 감사하였다. "야훼님 어지셔라! 그의 사랑 영원하여라"

    When all the people of Israel saw the fire coming down and the glorious presence of the LORD filling the Temple, they fell face down on the ground and worshiped and praised the LORD, saying, "He is so good! His faithful love endures forever!" (N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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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구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고속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풍경은 1년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거의 없더군요.


     도착해서는 제일 먼저 언니와 형부의 치과병원부터 갔습니다. 이른 바 ’임도 보고 뽕도 따려’구요...(*^^*) 병원도. 의사도, 간호원도, 심지어는 환자들까지 여전하네요. 딸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예의바르고 잘 참는 예쁜 환자입니다. 그러나 온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불고...늘 이 엄마를 숨고싶도록 창피하게 만드는 엄살장이 아들아이 역시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하지만 저는 크게 나무라지 못합니다. 그 아이의 그런 엄살이 바로 저를 닮은 게 아닌가... 하고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치아치료 무섬증 환자’ (*^^*)입니다. 정말 이 세상에 치아치료만큼 받기 싫은 것도 없고, 그 때처럼 언니가 무섭게 여겨지는 적도 없지요.


     친정으로 가니 아버지와 엄마가 반갑게 달려나오십니다. 아버지는 지난 번보다 살도 조금 더 찌시고 더 밝은 표정이 되셔서 보는 제 마음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엄마도 요즈음 다시 성당에 나가신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그리고 할머니,,, 만나면 늘 애틋해지는 우리 할머니는, 저를 안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니가 지난 번에 갈 때 다시는 너를 못볼 줄 알았대이. 그런데 아직도 안 죽고 살아서 이렇게 다시 본대이...아이고 내가 어서 죽어야 될 텐데...오늘이 내가 제일 기쁜 날이다..."


      우리 할머니...내 좋은 우리 할머니, 어렸을 적에 나를 키워주시고 특별히 예뻐해주신 할머니... 출생 띠도 같고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나의 할머니, 내 마음의 고향이자 엄마인 우리 할머니...  결혼도 하고 나이도 들고보니, 홀시어머니를 오래도록 모시고 사는 엄마의 고충이 십분 이해되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할머니가 살아계신 것이 좋기만 합니다. 예...물론 이제는 더 이상 "할머니, 오래오래 살어." 이런 말은 하지 않습니다. 올해 98세이신 할머니 뒤로, 이미 칠순을 넘기고서도 노인티를 내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환갑이 지나도 여전히 부엌일 집안일에서 꼼짝 요동을 할 수 없는 엄마...가 점점 더 안타깝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노화’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죽음이 어떤 모습으로 오는 것인지...그런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할머니는 이제 얼굴에 온통 검버섯이 피고, 다리는 거의 꼬쟁이고, 특히 귀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원래 글을 잘 모르셨기 때문에, 이제 할머니와의 유일한 의사소통 통로는 눈빛, 입모양, 손짓몸짓입니다. 할머니 앞에 앉아, 할머니가 어떤 이야기든지 하시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으로 모양을 그리거나, 목이 터져라 고함을 치는 것이지요. 그러면 할머니가 반응을 보입니다. "순영아, 귀가 안 들리니 내가 똑 병신이다. 그래도 하느님 감사합니대이...감사합니대이...한다. 귀가 멀어 다행이재, 눈이 먼 것보다는 안 낫나... 눈이 멀었으면 내가 자식들 고생을 얼마나 더 시켰을꼬..."


      사랑이신 주님,
      오랜만에 친정에 다녀오니 마음이 참 좋습니다. 제게 돌아갈 수 있는 고향, 친정, 그리고 부모님, 할머니, 형제 자매를 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주님,
      저희 할머니, 김도숙 안나를 기억해주십시오. 당신께서 조만간 그 분을 당신의 품안으로 부르실 것을 저는 압니다. 그리고 그 품안에서 저희 할머니가 더 행복한 미소를 지으실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저를 보내놓고 "보고 잡아 어짜노..."하고 계실 그 분께 당신의 평안을 그득그득 내려 주십시오. 엎드려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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