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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2004년 1월 1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01 조회수1,383 추천수13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1일 (목)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세계 평화의 날 (새해)

  

[오늘의 복음]  루가 2,16-21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보았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때에 목자들이 16) 곧 달려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과연 그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17) 아기를 본 목자들이 사람들에게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이야기하였더니 18) 목자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일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19)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20) 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보고 한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갔다. 21) 여드레째 되는 날은 아기에게 할례를 베푸는 날이었다. 그 날이 되자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대로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축성된 새해 첫날

 

  오늘은 새로운 한해의 첫날, 주님성탄 팔일축제의 마지막 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새해 1월 1일이다. 어떻게 보면 1년 365일 중 어느 날도 다른 날 못지 않게 똑같은 비중의 날들인데, 유독 오늘 1월 1일이 이 많은 의미의 날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러기엔 오늘도 다른 날과 똑같이 너무 작은 하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새해의 해돋이를 맞기 위해 사람들은 벌써 어제 저녁 해가 질 때부터 해맞이 길을 재촉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로부터 동해의 간절곶, 호미곶, 정동진 등 곳곳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한해의 소원을 빌며 해를 맞는다. 해맞이를 하는데는 높은 산도 좋다. 멀리 동해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새벽녘에 산을 찾는다. 그런 곳에서 새해의 태양이 떠오름을 울컥하는 심정과 온몸의 전율로 맞이한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사람들은 그 행운을 간직하며 한해 동안 계속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새해의 첫날, 1월 1일을 다른 여느 날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가 이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꿈들을 담아내기는 분명 어렵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다. 오늘은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희망의 날이다. 오명(汚名)을 씻고, 묵은 때를 씻으며, 아픔과 실패를 딛고 다시 설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잘해오던 일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다짐과 재충전의 힘을 주는 그런 날이다. 새해는 그런 용기와 힘을 주기에 충분한 날이다. 다른 날과 똑같은 태양의 오름으로 시작되는 날인데 유독 새해 첫날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해 달력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유를 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새해의 첫날은 우선 주님성탄 팔일축제의 마지막 날로서 이는 인류구원의 서막을 알리는 구세주의 성탄, 즉 하느님 사람되심의 육화사건이 충만한 날이다. 그것은 오늘 새해 첫날에 봉독되는 미사복음으로 미루어 볼 수 있다.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지 8일째 되는 날 잉태순간 천사가 알려주었던 "예수"(야훼께서 구원하신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21절) 이는 곧 하느님의 이름이다. 이 이름은 구약성서에서 예수와 같은 이름으로 불렸던 "여호수아"나 우리 인간이 그렇게 불리는 이름이 아니라 하느님 스스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신 이름이다.

 

  새해의 첫날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여 사람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축성되었기 때문이다. 마리아의 "천주의 성모" 라는 호칭은 이미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공적으로 승인되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에 협조하여 생명과 평화의 근원이신 성자(聖子) 하느님께 인간의 얼굴을 선사하여 사람이 되게 하였다. 그럼으로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는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며,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이 날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축성하였다. 그렇다고 사람이 새해 첫날을 축성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이 날을 거룩하게 하셨고, 또 좋게 보시며 축복하여 주신 것이다.(창세 1,3-4)

 

  새해의 첫날에 뒤를 돌아보면서 과거의 허물을 들추어 오늘을 김새게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속에 과거가 묻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2003년에는 지울 수 없는 허물과 아픔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파문, 측근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논란, 정몽헌 현대회장의 투신자살, 반발과 갈등으로 흔들리는 국책사업들, 카드대란이 몰고 온 자살극, 태풍 매미가 가져다 준 사상 최악의 피해,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휘청거리는 축산농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투기, 이라크 전쟁과 테러로 말미암은 위기일발의 세계평화,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 일확천금을 노리는 로또열풍, 갈수록 상품화되는 알몸과 누드열풍 등,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모든 문제들이 고스란히 새해 첫날인 오늘 안에 잠재하여 있다. 내일이면 틀림없이 이런 문제들로 어제처럼 전국이 들썩거릴 것이다.

 

  물론 그런데 익숙한 우리들이다. 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자. 오늘처럼 살아보자. 소망은 살찌우되 욕심은 버리고 살자. 겉모양은 단정히 하되 허례허식은 버리고 참된 가치를 좇아 살아가자. 파고드는 아픔을 남에게 떠맡기지 말고 온몸으로 받아들여 마음껏 아파함으로써 극복하자. 우리의 주님이 그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님의 말씀과 함께 하고 그분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삶을 살아보자. 새해 첫날의 발걸음을 탄생하신 주님과 함께 내어 딛자.◆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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