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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산책 (바실리오/그레고리오)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02 조회수1,500 추천수11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2일 (금)

- 성 대 바실리오와 성 그레고리오 주교학자 기념일

 

▣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330-389)

 

  한 성인이 살아있는 동안에 당대의 사람들로부터 "위대함(大)"의 칭호를 받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4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바실리오 성인이 바로 당대의 사람들로부터 "대(大)"의 칭호를 받았다. 바실리오는 330년경 현재의 터키 중부 카파도치아 지방 체사레아의 아주 유명한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성인의 가정은 두 동생, 니사의 그레고리오와 세베스티아의 베드로도 나중에 성인품에 오를 정도의 유명한 가정이었다. 학문과 덕행에 남달리 뛰어난 성인은 26세에 고향에서 웅변교사로 활약하였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세례를 받은 바실리오는 이집트, 팔레스티나, 메소포타미아 등지를 두루 다니며 수도생활을 배워 익히면서 두 권의 수도생활 규칙서를 저술한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동방교회 수도생활의 지침서 역할을 하면서 바실리오 성인을 동방 수도생활의 아버지로 격상시키고 있다. 나이 30살에 아테네에 정착하여 신학의 심오함에 심취한 바실리오는 여기서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과 깊은 친분을 맺게된다. 364년 사제로 서품된 바실리오는 370년 카파도치아 체사레아의 주교에 임명된다. 주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도 수도생활을 늘 그리워했던 바실리오는 당시 그리스도의 신성(神聖)을 부정하던 아리우스파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교회의 정통교리를 수호한다. 교회사는 성인이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381년에 열렸던 제1차 콘스탄티노플공의회가 아리우스파를 완전히 척결할 수 있었던 것도 바실리오 성인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379년 1월 1일에 세상을 떠난 바실리오 성인은 자신이 남긴 그리스도론, 성령론, 전례론, 교회조직론, 교회신앙윤리론, 수도규칙서, 성직매매금지론 등의 방대한 저서로 오늘까지 동방교회로부터 많은 공경을 받고 있다.   

 

  바실리오 성인과 각별한 친분관계에 있었던 그레고리오 성인은 같은 해 330년 카파도치아 지방의 나지안조에서 태어났다. 그레고리오 성인의 아버지는 같은 이름의 나지안조의 주교 그레고리오였고, 어머니는 성녀 논나였다. 어릴 적부터 학문을 배워 익히고자 여러 곳을 여행하였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에서 성 아타나시우스(295-373)를 만났으며, 348년 아테네로 옮겨가 신학공부를 하면서 바실리오 성인을 만나서 친분을 쌓는다. 주교인 아버지에 의해 세례를 받고 362년 사제로 서품된 후 당대 최대의 이단 아리우스파를 거슬러 정통교리를 수호한다. 372년 체사레아의 주교였던 친구 바실리오의 부탁으로 사시마 교구의 주교직을 수행하려했으나 당시 정치적 혼란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381년 제1차 콘스탄티노플공의회가 끝난 직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대주교로 선임되어 이단 아리우스파로 분열된 교회수습에 정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레고리오 주교는 뛰어난 설교자였다. 그의 설교집, 서간집, 시집, 신비신학에세이 등은 아직도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성인은 자신의 고향인 나지안조에서 389년 1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성인은 성 대 바실리오와 함께 동방교회의 교부로 공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뛰어난 그리스도교 신앙의 수호노력과 정신은 "신학자(theologus)" 라는 칭호를 얻게 하였다.

 

[오늘의 복음]  요한 1,19-28

<이분은 내 뒤에 오시는 분입니다.>

 

  19)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대사제들과 레위 지파 사람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게 하였다. 이 때 요한은 이렇게 증언하였다. 20)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오." 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분명히 말해 주었다. 21)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다시 묻자 요한은 또 아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우리가 기다리던 그 예언자요?" 그들이 다시 물었을 때 요한은 그도 아니라고 하였다. 22) "우리를 보낸 사람들에게 대답해줄 말이 있어야 하겠으니 당신이 누군지 좀 알려 주시오. 당신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소?" 이렇게 다그쳐 묻자 23) 요한은 그제야 "나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 하고 대답하였다. 24) 그들은 바리사이파에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그들은 또 요한에게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오, 엘리야도 아니오,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어찌하여 세례를 베푸는 거요?" 하고 물었다. 26) 요한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다만 물로 세례를 베풀 따름이오. 그런데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 한 분이 당신들 가운데 서 계십니다. 27) 이분은 내 뒤에 오시는 분이지만 나는 이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몸이오." 28) 이것은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다니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세례자 요한의 정체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의 프롤로그(서문)에서 이미 언급된 세례자 요한의 증언활동(1,6-8.15)이 본격적으로 보도되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요한의 활동 자체가 전적으로 이미 와 계신 예수에게 매어있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이미 와 계신 메시아를 알아볼 수 있는 증인과 표징을 주셨다. 그 증인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요, 그 표징은 그가 베푸는 회개의 설교와 세례이다.

 

세례자 요한의 증언과 표징활동은 우선 세 부류를 향하여 수행된다. 첫째 부류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예루살렘의 지도자들, 즉 대사제, 율법학자,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둘째는 이스라엘 백성이고, 셋째는 요한 스스로가 거느리고 있던 제자들이다. 이 세 부류는 요한이 자신의 임무를 마칠 때쯤 예수께서 직접 관여하여야 할 부류들로 이첩된다. 예수께서도 공생활 한 가운데서 이 세 부류들을 향하여 자신의 육화(肉化)목적을 관철시킨다. 예수는 백성의 지도자들과 "구약"과 "신약"의 표징을 놓고 논쟁을 벌여야 하며, 결국 이들의 모함으로 죽음을 맞게된다. 예수의 구원활동은 요한이 관여한 이스라엘 백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백성을 뛰어넘어 온 인류와 온 백성을 지향한다. 예수께서는 요한의 제자들 중 대부분을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고, 신분과 출신에 관계없이 새로운 제자단을 구축하여 그들을 사도로 파견하심으로써 자신의 구원활동이 이 땅에 지속되게 하신다.

 

  오늘 복음은 예루살렘에서 파견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의 질문과 세례자 요한의 답변을 들려주는 대목이다. 우선 지도자들의 질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세례자 요한의 정체성에 관한 심문 성격의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베푸는 표징, 즉 세례의 의미에 관한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요한은 자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또 이스라엘이 기다리는 어떤 예언자도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요한의 활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충분히 그가 "그리스도"(메시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고, 아니면 메시아 이전에 오게 될 "특사"(말라 3,1)나, 아니면 야훼께서 나타나실 무서운 날을 앞두고 파견될 "엘리야"(말라 3,23-24)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에 요한은 자기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아니고, 지극히 겸손하게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요한은 "나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이사 40,3) 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 하고 대답한다.(23절) 요한은 이렇게 자신이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증언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요한의 증언임무는 자기 자신과 이미 와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를 명확한 대비구조 안에 성립시키는 것이다. 대비구조는 요한-예수, 소리-말씀, 선구자-메시아, 종-상전, 무(無)-전부(全部)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렇게 요한은 자신을 철저하게 비하시켜 이미 와 계신 그리스도를 최대한 앞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게 되고, 나중에 예수로부터 엘리야로(마태 11,14; 17,12; 마르 9,12-13)인정받고,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가장 위대한 자로(마태 11,11) 격상되는 등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게 된다.

 

  요한이 베푼 물의 세례는 그리스도교의 세례성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는 오직 물로써만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리스도교의 세례는 물과 성령으로(요한 3,5) 이루어진다. 요한의 세례는 회개와 죄의 용서를 가져오는 세례로서 도래하는 하느님나라의 준비를 위한 것이지만, 그리스도교의 세례는 하느님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는 의미로 발전된다. 아무튼 세례자 요한은 이스라엘 백성 모두를 "빛"이신(요한 1,7)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지도층 부류는 보고도 보지 못한, 듣고도 깨닫지 못하는 반대자의 편에 선다. 이로써 그들과 예수 사이에 벌어질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이 벌써부터 예고된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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