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음산책 (주님 공현 후 월요일)
작성자박상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05 조회수1,621 추천수12 반대(0) 신고

◎ 2004년 1월 5일 (월) - 주님 공현 후 월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4,12-17.23-25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

 

  12)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로 가셨다. 13) 그러나 나자렛에 머물지 않으시고 즈불룬과 납달리 지방 호숫가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가서 사셨다. 14) 이리하여 예언자 이사야를 시켜, "즈불룬과 납달리, 호수로 가는 길, 요르단 강 건너편, 이방인의 갈릴래아. 16) 어둠 속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겠고, 죽음의 그늘진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치리라"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17) 이때부터 예수께서는 전도를 시작하시며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하고 말씀하셨다. 23) 예수께서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24) 예수의 소문이 온 시리아에 퍼지자 사람들은 갖가지 병에 걸려 신음하는 환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과 간질 병자들과 중풍 병자들을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는 그들도 모두 고쳐 주셨다. 25) 그러자 갈릴래아와 데카폴리스와 예루살렘과 유다와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온 많은 무리가 예수를 따랐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예루살렘이 아닌 가파르나움

 

  유럽교회가 1월 6일에 기념하는 것과는 달리 북미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교지역의 교회는 어제 주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냈다. 오늘 월요일부터 주님세례축일까지 한 주간의 미사전례는 본기도 몇 개와 감사송을 빼고는 -물론 미사성가는 성탄곡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성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주님 공현 대축일로 성탄시기를 마감하자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이 주간에 봉독되는 미사복음이 주님 성탄과 별 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이번 한 주간도 분명 성탄시기에 속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자주 예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묵상하여야 한다. 한 아기가 갑자기 어른이 될 수 없듯이, 예수께서 어떠한 가정환경과 교육을 통하여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하느님 아들로서의 자의식을 키워나갔으며, 세상구원을 위한 가치관과 생활철학을 만들어갔는가 하는 점들을 묵상하는 것은 우리 영성에도 대단히 유익한 일이다. 비록 성서가 알려주는 예수의 어린 시절에 관한 보도는 단편적이지만(마태 2,23; 루가 2,39-52), 이러한 단편을 통하여 우리는 예수의 나머지 20년간의 성장과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으며, 이런 부분들을 우리 성장의 역사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과 첫 전도여행에 관한 보도를 들려준다. 세례자 요한이 활동을 마친 다음 예수께서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신 것이다. 그런데 요한의 활동종료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에 의한 강제종료였다. 그것은 헤로데가 요한의 인기를 정치적 위협으로 여겨 두려워했고, 자신의 잘못된 혼인윤리관을 진언(眞言)하는 요한이 마음에 걸려 잡아 가두었기 때문이다.(12절; 마태 14,1-5) 그전에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을 떠나 세례자 요한이 활동하던 유다지방의 요르단강으로 가서 그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마태 3,13-17) 그후 예수께서는 유다의 어느 광야에서 40일간 지내시면서 활동의 때를 기다리고 계셨다.(마태 4,1-11) 요한이 잡혀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지방으로 다시 가셔서 가파르나움에서 활동을 시작하신 것이다.

 

  왜 유다지방이 예수님의 첫 활동의 무대가 아니라 갈릴래아 지방이었을까? 왜 예루살렘이 아니라 가파르나움인가 하는 말이다. 우리는 먼저 마태오복음의 독자가 대부분 그리스어를 구사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임을 알아야 한다. 마태오복음의 독자들이 모세의 율법과 구약의 예언서를 잘 알고 있는 유다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마태오는 독자들에게 예수를 구약에 예언된 이스라엘의 메시아로, 하느님의 아들로, 구약 예언의 철저한 성취자로 가르쳐 갈 의도를 가지고 복음을 썼으며, 복음서에서 자주 "이로써 주께서 예언자들을 시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1,22; 2,14 등)는 예언성취도식을 사용한다. 오늘 복음에서도 마태오는 이사야의 예언(이사 8,23-9,1)을 요약하여 갈릴래아에서 시작되어야 할 예수님의 공생활의 이유와 타당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14-16절)

 

  "갈릴래아에서 올리브를 재배하는 것이 유다에서 한 아이를 기르는 것보다 쉽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갈릴래아 지방은 원래부터 비옥한 땅이었다. 여호수아기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12지파 중에서 즈불룬과 납달리 지파가 이곳 갈릴래아 지방을 유산으로 받았다.(여호 19,10-16. 32-39) 그러나 이 지역이 이사야 예언자 시대에는 이방인의 땅이 되었고 어두움이 드리운 땅이 되어 있었다. 기원전 933년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졌고, 기원전 721년 북왕조가 비옥한 땅을 차지하려는 앗시리아에 의해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곳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하느님 나라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빛은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으로 찾아왔고, 말씀과 기적은 곧 도래한 구원의 표징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