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음산책 (연중1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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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상대 | 작성일2004-01-14 | 조회수1,64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 2004년 1월 14일 (수) -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마르 1,29-39 <예수께서는 온갖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29) 얼마 뒤에 예수께서 회당에서 나와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에 들어가셨다. 30) 때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사정을 예수께 알렸다. 31) 예수께서 그 부인 곁으로 가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내리고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32)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에 사람들이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을 모두 예수께 데려왔으며 33) 온 동네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34) 예수께서는 온갖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시며 자기 일을 입밖에 내지 말라고 당부 하셨다. 마귀들은 예수가 누구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35) 다음 날 새벽 예수께서는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외딴 곳으로 가시어 기도하고 계셨다. 36) 그때 시몬의 일행이 예수를 찾아다니다가 37) 만나서 "모두들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8)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 근방 다음 동네에도 가자. 거기에서도 전도해야 한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 하고 말씀하셨다. 39) 이렇게 갈릴래아 지방을 두루 찾아 여러 회당에서 전도하시며 마귀를 쫓아내셨다.◆ †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산책] 하루의 마감과 시작인 기도
오늘 복음도 아직은 ’예수님의 가파르나움에서의 하루’(마르 1,21-39)에 속한다. 아직 가파르나움에서의 하루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안식일에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거기 있던 악령 들린 사람을 고쳐주신 예수께서 회당을 막 나서시자 하셔야 할 일들이 태산같이 그분을 반겼다. 우선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에 들러서 열병을 앓고 있는 시몬의 장모님을 고쳐주셨고, 해가 저물어 문밖에 모여든 수많은 병자들과 마귀 들린 자들을 치유해주셨다. 늦게까지 일하신 예수께서 잠시 눈을 붙이시고 먼동이 트기 전에 외딴 곳에서 기도하신 후 복음선포의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셨다.
회당에서의 예배, 예수님의 설교와 구마활동이 끝났을 때가 아마 늦은 점심시간쯤 되었을 것이다. 회당에서 나오신 예수께서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들어가셨다. 생각에 점심을 드실 곳이 마땅치 않아 시몬의 집을 찾아가신 것 같다. 그런데 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을 앓고 누워있다고 한다. 열병(熱病)이라면 온 몸에 열이 나서 두통, 한기, 식욕부진, 수면부족 등을 증세를 보였을 것이다.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어떤 장면에 이르러 다음 구절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많은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이 구절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시몬이 누구인가? 이미 결혼을 하여 처자식과 장모까지 변변찮은 어부의 직업으로 먹여 살려야 했던 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가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다가 웬 낯선 사람의 "나를 따라오너라"(1,17)는 말에 즉각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졌으니, 장모의 마음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장모가 앓고 있던 열병이 화병(火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께서 아무런 말씀도 없이 "그 부인 곁으로 가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내리고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31절)고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 사람의 마주친 시선과 짧은 접촉은 늘 많은 생각을 주는 장면이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에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을 시몬의 집 앞에 데려왔고, 동네 사람들까지도 모두 모여들었다.(32-33절) 해가 지고 난 뒤에 사람들이 이 일들을 한 것은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내라"(출애 20,8)는 모세의 율법은 안식일에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어야 하며, 병자들이나 짐을 들것에 실어 옮기지 못하는 등 많은 안식(安息)의 규정을 두고 있다.(예레 17,21-22; 요한 5,10) 그런데 유대인들은 해가 지고 나면 이미 다음 날이 되는 관습을 따른다. 아무튼 예수께서는 자기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신다. 우리가 두 손에 무엇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 더 받을 수 없으나, 빈손으로 있다면 가득 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예수께 몰려온 사람들은 가진 것이 없는 ’빈손의 사람들’이었다.
가파르나움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것은 해가 지고 밤이 와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하루는 새벽까지 계속된다. 바로 동이 트기도 전, 이른 새벽까지가 예수님의 하루 마감이며, 동시에 새날의 시작이다. 그 기준은 바로 기도이다. 하루종일 가르침과 치유활동으로 지친 몸은 휴식과 잠으로 풀 수 있겠지만, 복음선포의 원동력은 아버지와의 만남과 대화, 즉 기도로 회복된다. 이점을 예수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도는 예수님의 복음선포를 견인(牽引)하는 원동력이며, 하루의 마감이자 시작이다. 시몬과 그 일행도 예수님을 찾아다니지만 말고(36절), 제자 됨의 기본인 기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부산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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